경제

단순 할인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사랑’ 방식을 고민할 때

김은성 기자 2022. 11. 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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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지역화폐’
“최고의 지원책” 지역 호응 높지만
정부 “한시적 정책” 내년 예산 ‘0’
삭감 복구돼도 규모는 대폭 줄 듯
경기부양 효과 학계서도 의견 분분
학원·병원 등 취지와 다른 쓰임도
“가맹점 할인율 차등화 등 필요성”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역화폐 ‘인천e음’을 최고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으로 꼽는다. A씨는 14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처음 나올 때는 지역화폐를 쓸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전체 매출의 40%가 지역화폐에서 나올 만큼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지역화폐 캐시백 혜택이 10%에서 5%로 줄었는데, 정부 지원 축소로 그마저 또 깎여 손님이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역화폐를 지원하는 예산액이 복구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역화폐가 지방자치단체 고유사업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시적 지원이었다며 내년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복구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등을 앞두고 있다.

사실 예산 삭감은 이미 이전 정부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22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1조2522억원에서 2403억원으로 지원금을 77% 줄였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152%(3650억원) 급증한 6053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런 선례가 있다 보니 일각에선 올해도 심의 과정에서 제로가 아닌 예산 축소로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자체와 소상공인단체들은 코로나19에 이은 경기불황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버팀목인 예산 지원을 없애는 건 시기상조라고 반발한다.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불리는 지역화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폭 늘어 사실상 대부분의 지자체가 발행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 속 10%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 판매액은 2019년 3조원에서 2021년 23조원을 넘어 2022년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예산안을 수립 중인 지자체들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발행액과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지역화폐는 시행 역사가 짧아 효과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화폐로 소상공인의 매출이 늘었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한국처럼 ‘관’이 주도해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없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주민과 소상공인이 지역화폐 운영주체로 나서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데, 세금에 의존하다 보니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지자체들도 고민이 많다. 역진성도 문제다. 지역화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가 쓰는 예산에 맞춰 지원해 재정여건이 더 좋은 지자체일수록 지원금을 더 많이 받는다.

서울 사례를 모든 지역에 대입할 수는 없지만, 서울에선 지역화폐가 ‘학원페이’로도 불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쓴 지역화폐(690억4639만원) 중 25개 자치구에서 쓴 학원비가 324억9043만원으로 47%에 달했다. 지역화폐 결제액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64억원)로 전체의 9.38%였다. 이어 양천구(60억원), 송파구(57억원), 강동구(4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치구의 지역화폐 결제 비중이 큰 이유는 학원비 때문이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취약계층의 소비진작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10%를 세금으로 보전한 셈이다. 그 외 일부 지역에서도 주유소와 대학병원 등에서 주로 소비가 발생해 세금이 사업 취지와 달리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로 인해 지역화폐 효과를 인정하는 측에서도 가맹점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올해 9월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 소비자 구매 행태 및 지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대형 유통업체 결제액이 줄고 주요 구매처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업체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역주민이 동일한 지출로 더 큰 구매력을 갖도록 지역화폐를 가맹점에서 소비하는 것을 선택하고, 이에 따라 지역화폐 가맹점 요건을 충족하는 소상공인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종에 따라 차등화한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상호 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에 맞게 동네슈퍼나 편의점 등은 할인율을 높이고 구매처 대체효과가 거의 없는 학원과 의료업은 할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지역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일부 있어도 중앙정부 예산을 전국적으로 지원할 만큼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 소상공인 업종에 두껍게 적용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화폐의 혜택이 구체적으로 어떤 소득분위의 사람들에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정부부처도 없는 상황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시기에는 실효성 논란이 있는 간접지원(지역화폐)보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해 공공요금 감면 같은 직접지원으로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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