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과 전국민이 함께하는 트라우마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인터뷰]

이진주 기자 2022. 11. 15. 17: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안산온마음센터장이 9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 4일 안산온마음센터(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 애도지원 특별 온라인 웨비나(웹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날 웹세미나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복지학 교수, 심리지원센터장 등이 함께 출연해 ‘압사 재난의 과정과 이해’ ‘트라우마 공감’ ‘애도와 위로의 말’ 등의 주제로 강의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는 김현수 안산온마음센터장(56)이다. 지난 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온마음센터에서 만난 김 센터장은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의 애도를 지원하고 트라우마를 공감·극복하기 위해 웨비나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개인의 극복도 필요하지만 유가족과 전 국민이 함께하는 트라우마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게 트라우마인데 참사 피해자들이 비난받거나 혐오를 당하면 치유가 어렵다”며 “서로가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사회적으로 연대하면 치유가 훨씬 잘된다. ‘함께하자’는 말을 계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함께하자’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슬픈 감정을 해소하는 데는 혼자보다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해 각자가 처리하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고 덜 외롭도록 온 국민이 애도를 잘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인 김 센터장은 정신보건, 자살예방, 지역사회 트라우마 회복 등의 분야에서 20여년간 일한 전문가다. 2002년 사비를 털어 설립한 청소년 치유형 대안학교 ‘프레네스쿨(성장학교) 별’을 통해 청소년 심리상담과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지하철에서 군중 밀집 형태가 형성되거나 대중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압사에 대한 참상이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공포를 느낀다면 이미 트라우마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의 경우 이번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두렵거나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보고 공포를 해소시킬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며 정부 차원의 심리지원과 함께 올바른 애도와 진상규명이 유가족은 물론 전 국민의 트라우마 치료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도 했다.

그는 “공정한 사건 처리와 충분한 지원, 사회적으로 함께 연대해서 추모할 경우 후유증이 줄어든다”며 “세월호의 경우 아직까지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을 비난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이들까지 있다 보니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기 통합재난심리센터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1조에 의해 설립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이 센터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생존자 가족 등 1000명에 달하는 등록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해 심리지원 사례관리와 치유 전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4·16 가족들도 이태원 참사를 보고 많이 힘들어한다”며 “한번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본인에게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도 사회에 대한 신뢰, 안전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신뢰가 한 번이라도 깨졌던 사람과 아닌 사람이 받아들이는 차이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과정에서 정부가 유족과 협의 없이 일방적이고 권위적으로 애도 기간과 리본 패용 방식 등을 정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지지를 바탕으로 애도가 진행돼야 하는데 유가족들 입장에서 자신들과 무관하게 진행된 것에 대한 황당함과 허무함은 회복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국민들의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안산온마음센터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한 뒤 자신이 직접 작성한 문구로 만든 캘리그라피 액자를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