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바이든 이어 마크롱과도 회담…집권 3기 대서방 관계 개선 시도

이종섭 기자 2022. 11. 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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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문제 대립해온 호주와도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 면회담을 한 데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회담을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동안 국내에서 칩거하다 3연임을 확정한 후 다자외교 무대에 복귀해 소원해진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15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대면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오늘날 세계는 새로운 격동과 변혁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중국과 프랑스·유럽은 다극세계의 양대 세력으로서 독립과 자주, 개방과 협력의 정신을 견지하고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추동해 세계에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수년 간의 발전 과정을 거쳐 중국과 유럽은 강력한 경제적 공생관계를 형성했다”며 “양측은 쌍방향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산업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며 국제 경제·무역 규칙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프랑사가 유럽연합(EU)의 독립적이고 긍정적인 대중국 정책을 계속 추동하길 바란다”며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다자주의 수호, 식량안보, 엔너지안보 등 전 지구적 도전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발전의 난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글로벌 공급망 유지와 독립적인 대중국 정책 등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와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고 독자적인 중국·프랑스, 중국·유럽 관계를 가져가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되고 있는 프랑스·유럽 관계를 복원하고 싶다는 의지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프랑스는 독자외교를 견지하고 진영대항에 반대한다”면서 “출렁이는 국제정세에 속에서 프랑스는 중국과 상호존중과 평등·호폐 정신을 유지하며 고위급 교류와 대화를 긴밀히 하고 경제·무역, 항공, 민수용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중국 기업이 프랑스에서 합작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프랑스는 중국과 다자 차원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생물다양성 보호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 대응하길 원한다”며 “프랑스는 유럽·중국 간 대화 협력도 적극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으며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휴전과 평화회담을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된다면서 국제사회가 이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중국도 나름의 건설적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달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직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럽 정상의 첫 중국 방문으로 당시에도 시 주석은 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하고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제적 관계가 밀접한 유럽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 악화된 대서방 관계에서 일정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 “협력할 곳에서 협력하고 반대할 곳에서 반대할 것”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EPA연합뉴스

시 주석은 태평양 지역의 영향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양자회담을 했다.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 시작 전 모두 발언을 통해 두 나라가 오랫동안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 호주 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국가인 만큼 우리는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와 중국이 올해 수교 50주년이라고 언급한 뒤 “당시 우리는 상호 존중과 이익,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원칙에 합의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중요하게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다.

회담 후 앨버니지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 무역, 인권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 간의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직 해야 할 많은 단계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곳에서는 협력하고 반대해야 할 곳에서는 반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호주의 정상회담은 2016년 시진핑 주석과 맬컴 턴불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6년 만이다. 특히 양국은 최근 몇 년간 최악의 갈등을 빚어온 만큼 이날 정상 간 만남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추가적인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호주는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고,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에 나섰다. 최근에는 중국이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는 등 남태평양 일대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호주도 미국, 영국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배치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은 또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된 중국계 호주 국적자 청레이(47) 문제로도 갈등 중이다. 중국중앙(CC)TV 영어 채널인 CGTN 소속 유명 앵커였던 청레이는 2020년 국가 기밀을 해외로 불법 유출한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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