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1kWh당 생산량… 한국 2달러, 일본 4달러, 미국 5.2달러

조재희 기자 2022. 11. 15.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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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7]
에너지 혁신 절실한 반도체·철강·정유

현대제철은 인천, 충남 당진, 경북 포항에 모두 9기 전기로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로 1기가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은 약 6000TJ(테라줄·줄은 에너지 국제 표준단위)로 지난해 전기요금만 1조1000억원을 썼다. 현대제철의 전력 소비는 삼성전자·SK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에 이어 국내 수출 기업 중 4위에 오를 정도다. 나프타를 분해하고, 파이프로 원료를 보내는 과정에서 열을 많이 쓰고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석유화학·정유 업종과 반도체도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다. 시멘트 업계는 생산원가에서 연료인 유연탄이 30%, 전력이 20~30% 차지하고 있다.

韓 산업 부문 전력 1kWh 투입에 부가가치 생산 OECD 꼴찌 수준

지난 수십년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를 떠받쳐왔던 철강·석유화학·정유 업종을 비롯해 우리 제조업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 발전소를 짓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多)소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kWh 투입해 2.06달러 생산... OECD 꼴찌 수준

산업 부문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의 63.1%를 차지한다. 1990년 이후 연평균 4.8% 증가했다.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는 제조업이, 특히 반도체·석유화학·철강·정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은 제조업 비중이 28.4%로 EU(16.4%), 미국(11%)보다 훨씬 크다. 또 에너지 다소비 495개 대기업 사업장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의 3분1 가까이 소비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대규모 사업장이 얼마나 에너지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 규모와 직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제조업의 에너지 효율은 다른 나라에 크게 떨어진다. 14일 본지가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World Bank)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1kWh(킬로와트시)를 투입해 만들어내는 GDP(국내총생산·부가가치)는 2.09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33위로 나타났다.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아일랜드(24.21달러)나 스위스(11.54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OECD 평균(3.77달러)과 비교해도 절반 정도다. 우리보다 아래는 자원 부국인 캐나다(34위·2.05달러)와 북유럽의 핀란드(36위·1.64달러), 아이슬란드(38위·0.27달러) 정도에 그쳤다.

산업용 에너지 소비 추이

우리나라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은 2010년 이후 정체된 상태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30대 기업의 업종별 에너지 효율은 2015~2019년 사이 시멘트·철강·정유·반도체 할 것 없이 악화했다. 우리 산업이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고착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제조업은 부가가치 창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 위주로 발달해와 에너지 소비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 바꿔야”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큰 상황이다보니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의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화학기업 중 하나인 독일 바스프조차도 에너지 위기로 이미 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도 장기적으로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우리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에너지 효율화 관련 투자에 대한 유인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는 신호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적인 에너지 위기를 맞아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8개 업종 30대 기업의 에너지 효율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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