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전문가는 없고 정치인만 있는 사회

윤성민 2022. 11. 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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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 모두에 걸쳐 부동산 실정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 중에 <부동산은 끝났다> 가 있다.

문 정권 들어서 분식회계 사건으로 둔갑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는 가장 전문적 분야 중 하나인 회계에까지 정치가 침범한 사례다.

이 사건의 최종 조사단은 종교인이 단장을 맡고 조사위원은 정보추적조사 전문가, 탐사보도 언론인, 의사, 경찰, 범죄학 전문가 등 정치인을 배제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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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조장하는 '확증편향' 오류
'이태원 참사'조사도 전문가 영역
윤성민 논설위원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 모두에 걸쳐 부동산 실정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 중에 <부동산은 끝났다>가 있다. 제목부터 자극적인 책의 한 대목이다. “부동산은 경제 정책이기도 하지만, 사회 정책 나아가 그 자체가 정치이기도 하다.”

부동산을 경제가 아니라 계급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 판단의 기준은 이른바 ‘정의’다. 그에게 시장 과열로 일어나는 투기적 현상은 수급과 시장의 심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경제 행위가 아니라, 무조건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다. 김 전 실장에게 쏟아진 무수한 비난 중 이런 표현이 있다. “총 한 번 안 쏴 본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하는 격이다.”(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 그가 노 정권 시절 입안한 종합부동산세는 이제는 집값이 내려가는데도 과세 대상자가 늘어나는 괴물이 됐다.

정치가 전문성의 영역에 침입하는 것은 ‘정치적 효능’의 단맛을 알아서다.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복잡한 논의와 절차를 배제하고 특정 세력을 단박에 굴복시키는 위력을 맛봐서다. 문 정권 들어서 분식회계 사건으로 둔갑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는 가장 전문적 분야 중 하나인 회계에까지 정치가 침범한 사례다.

사건의 쟁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는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기본적으로는 회계 기준이 종전 한국일반회계기준(K-GAA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뀐 상황에서 기업의 회계 원칙 적용의 재량에 대한 회계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른 문제다.

이런 고도의 회계적 논쟁거리가 ‘삼성 저격수’를 자처하는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정권 교체 이후 금융감독원 등을 압박하면서 분식회계 사건으로 대못 박기 한 측면이 강하다.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회계학자인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아니라 금감원 분식회계 조작 사건에 가깝다”며 “이런 논리라면 국내 상장사만 해도 수백 개 기업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정치가 무소불위로 군림하려는 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으로 장외 정치에 나섰다. 여기서 축구장 압사로 97명이 사망한 ‘힐스버러 참사’를 영국인들이 다룬 과정을 보자.

이 사건의 최종 조사단은 종교인이 단장을 맡고 조사위원은 정보추적조사 전문가, 탐사보도 언론인, 의사, 경찰, 범죄학 전문가 등 정치인을 배제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45만 쪽의 기본자료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인 시간만 2년9개월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를 유족들이 이의 없이 수용했다. 전문가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차분하고 냉철히 조사해 도출한 결과다. “국민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진상규명을 논할 때”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에서 그가 말하는 국민은 누구이며 왜 이런 상황에 국민을 끌어들이는지, 직접 진상규명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광우병 사태를 필두로 성주 사드 기지 ‘전자파 튀김 참외’ ‘멸치 1g짜리 월성원전 삼중수소 괴담’ 등을 보며 우리 국민도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본다. 모르면 속는 것이다. 정치인이 부채질하는 확증편향 오류를 바로잡아줄 사람들은 결국 전문가다. SF 작가 아이작 아지모프의 말대로 민주주의가 ‘나의 무지나 너의 지식이나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의 영역은 전문가에게 돌려줄 때 더 성숙한 사회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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