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람! 도하] 마스크 쓴 사람, 카타르엔 없더라
14일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하고 가장 눈에 띄는 건 직원들의 표정이었다. 입을 열어 활짝 웃어 보이거나, 코를 찡긋하며 ‘헬로’라고 반겨줬다. 왜 그렇게 표정이 인상 깊었는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환한 표정이 전부 보였던 것이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 때쯤엔 마스크를 쓴 내가 별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보였다. 머쓱하게 벗어 꼬깃꼬깃 접은 뒤 주머니에 넣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한 이래 첫 ‘노 마스크’로 치러지는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다. 몇십 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서로 웃고 떠들면서 대화한다. 마스크는 물론, 입국 전에 코로나 음성 결과지를 제출하지도 않는다. 입국 뒤 코로나 검사를 따로 받지 않아도 괜찮다.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을 보러 오는 팬들을 위해 이 정책을 폐지했다고 한다.
카타르 도착 후 서둘러 짐을 푼 뒤 찾은 미디어센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내였는데도 마스크 쓴 외국 취재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보이는 ‘마스크족’은 대부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기자들이었다.
지난 1월 갔던 베이징 동계올림픽만 해도 공안(경찰)의 삼엄한 감시 탓에 마스크를 얼굴에서 떼지 못했다. 식사 때도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 안에서 밥을 한 술 먹은 뒤 다시 마스크를 써야 했다. 그때는 바지런히 굴러가는 눈동자들만 보였다. 서로 대화도 잘 하지 않았다. 활기 차야 할 식당은 적막감이 흘렀고, 경기장도 도서관처럼 차분했다. 차이는 마스크뿐인데 10개월 만에 세상이 개벽한 것처럼 달랐다.
카타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노 마스크’ 정책을 실시한 지 오래다. 이르게는 지난봄부터 시작한 나라도 있다. 처음에는 확진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안정세에 들어섰다. 사망자 수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
한국도 실내에서 ‘노 마스크’를 하자는 요구가 거세다. 정부는 올여름 ‘검토 중’이라는 발표 뒤로는 기별이 없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다가 계산할 때는 잠시 쓴 뒤 가게 밖으로 나와 다시 벗는 코미디가 계속된다.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이유가 분명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어디서든 환하게 웃는 표정들을 볼 수 있다면 좋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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