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카타르 월드컵, 환호와 보이콧 사이

2022. 11. 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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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 인류의 가장 커다란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년을 기다려 온 세계 축구 팬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최고의 경기를 만끽할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날카로운 비판은 인권 유린이다.

FIFA가 2018년 러시아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페트로 달러', 즉 석유와 가스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뿌려진 일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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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서 열리는 첫 지구촌 스포츠 제전
인권·환경 문제 얼룩… ‘돈의 논리’도 우려
축구 월드컵,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 인류의 가장 커다란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년을 기다려 온 세계 축구 팬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최고의 경기를 만끽할 것이다. 벨기에처럼 작은 나라가 거대한 강대국을 요리하고 호령하며,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팀이라도 돈이 넘쳐나는 부국 팀을 혼내주는 축구의 매력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번 월드컵은 아랍 세계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영국에서 유럽, 남미 등으로 확산한 축구가 진정 세계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2002년), 남아공(2010년) 월드컵은 각각 동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축제의 무대를 확장했다. 이제 카타르를 통해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뻗은 이슬람 지역도 축제의 역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박수치고 환호할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 한쪽을 파고드는 찜찜한 마음을 없애기는 부족하다.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날카로운 비판은 인권 유린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남아시아에서 온 다수의 이주 노동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학대와 착취 속에서 일해야 했고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현대판 노예’가 피로 쌓아 올린 경기장에서 전개하는 축제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나마 국제적 비판을 의식해 카타르의 노동법과 관행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점이 작은 위안이다.

‘냉방 경기장’이 상징하는 환경 파괴도 월드컵에 드리운 큰 그림자다. 최근 지구촌은 기후 변화로 점점 심각하고 반복적인 재해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서 경기를 치르려고 늦가을로 일정을 조정했고 냉방 시설도 일부 설치했다. 숙소가 부족해 이웃 나라 UAE에서 당일치기 비행도 잦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대회가 끝나면 대부분 경기장이나 인프라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 또 다른 낭비라는 지적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카타르 월드컵이 인권과 환경에 미친 악영향을 비판하며 대회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팬들이 관람이나 시청을 거부함으로써 관광이나 광고 수익에 타격을 입히자는 주장이다. 일리가 없지는 않으나 국제축구연맹(FIFA)과 각국 축구협회, 팀, 선수 등이 모두 받아들인 부당한 현실을 비단 팬들만 거부하라는 권고는 무리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축구계가 점점 돈의 논리에 빠져드는 현실이다. FIFA가 2018년 러시아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페트로 달러’, 즉 석유와 가스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뿌려진 일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UAE)나 뉴캐슬(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카타르) 등은 모두 석유 자본의 힘으로 키운 유럽 프로축구의 신흥 강호 팀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근대 축구가 만들어질 무렵 명예를 중시하는 선수는 심판 제도를 거부했다. 심판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반칙 가능성을 전제하는 모욕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과 공정한 게임이 주는 매력은 점차 사라지고 선수, 팀, 대회까지 돈으로 매수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중이다. ‘아름다운 게임’의 빛은 바래고 흥은 점점 식어간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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