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번엔 전용기서 친분 있는 기자만 따로 만났다

배지현 2022. 11.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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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평소 친분이 있는 특정 언론사의 동행 취재 기자 두 명을 대통령 전용기 안의 전용 공간으로 따로 불러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둔 지난 9일 밤 <문화방송>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며 "문화방송은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 조처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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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대통령 전용기 역할을 하는 신형 공군 1호기의 내부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동남아시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평소 친분이 있는 특정 언론사의 동행 취재 기자 두 명을 대통령 전용기 안의 전용 공간으로 따로 불러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 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편파보도’를 이유로 <문화방송>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바 있어 윤 대통령의 언론관과 전용기 사유화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순방 취재 기자단은 전날 저녁 8시께(현지시각)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을 떠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채널에이(A)>와 <시비에스>(CBS) 기자를 따로 불러 1시간가량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기가 이륙한 지 한 시간가량 지났을 때, 승무원이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두 기자는 전용기 앞쪽에 있는 대통령 전용 공간으로 갔다. 대통령 전용기는 머리 부분에 참모들이 이용하는 좌석이 있고, 뒷부분에 기자석이 있는 구조다. 두 기자가 앞쪽으로 가는 모습은 여러 기자에게 목격됐다. 두 기자는 윤 대통령을 취재하며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B20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둔 지난 9일 밤 <문화방송>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며 “문화방송은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 조처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튿날 윤 대통령도 “대통령이 많은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 안보 이슈에 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겨레>와 문화방송,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결정에 항의해 대통령 전용기 이용을 거부하고, 민항기를 이용해 윤 대통령의 캄보디아·인도네시아 순방 일정을 취재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은 아세안 정상회의 취재를 마치고 싱가포르를 경유한 뒤 14일 밤 민항기를 이용해 발리에 도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친분 있는 기자를 전용기 안에서 따로 불러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사 구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 사적 이용 논란이 거세게 일 조짐이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과 김건희 여사의 일정에 풀(대표) 기자 취재를 배제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 편이 아닌 언론은 철저히 배제하고 공격하면서,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은 특정 언론 기자만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편협한 언론관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도 “전용기를 대통령의 사적 공간으로 활용한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통령직과 공적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겨레>에 “대통령과 평소 인연이 있어 이동 중에 편한 대화를 나눴을 뿐이며 취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발리/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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