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윤핵관 경쟁
박근혜 정부 몰락을 재촉한 것 중 하나는 친박(친박근혜)들의 충성경쟁이었다. 처음에는 친박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였던 사람들은 정권을 장악한 이후 분화에 분화를 거듭했다. 최고 권력자가 ‘진실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 후 ‘진박’(진실한 친박)이 등장했고, 최경환 전 의원 등 여권 핵심들은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2016년 4월 총선 공천에 관여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후인 그해 8월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된 이정현 전 의원을 두고는 ‘옹박’(박근혜 옹위)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등 쓴소리하는 인사들은 ‘탈박’ 당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입문 때부터 도왔던 국민의힘 인사들을 가리키는 ‘윤핵관’, 검찰 출신을 통칭하는 ‘검핵관’, 윤핵관이 되고 싶은 ‘윤핵관 호소인’들이 ‘핵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윤핵관이 ‘원핵관’(원조 윤핵관)과 ‘신핵관’(신윤핵관)으로 분화하고 있다.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 원핵관들이 잠시 주춤하자, 윤상현·정점식·배현진 의원 등 신핵관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가깝거나 마음에 드는 의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핵관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윤핵관들이 다시 전면에 나타났다. 참사 책임을 회피하는 윤 대통령 심기를 반영하듯 원핵관·신핵관 가릴 것 없이 국정조사 거부 여론을 주도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론에 선을 긋고 있다. 장 의원은 14일 이 장관이 경찰 부실 대응 책임과 무관하다고 강변하는가 하면 국정조사도 “정치공세의 장”이 된다며 거부론을 확산시켰다. 앞서는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쫓아낸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윤석열 정부 뒷받침도 못하고 장관도 지켜주지 못하느냐”고 두둔했다.
친박이나 윤핵관이 저지르는 잘못은 민심을 외면한 채 주군의 눈치만 살피는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지 잘 알면서도 오류를 반복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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