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중문화재 보존과학 세계적 수준… 노후시설 개선 시급”

김신성 2022. 11. 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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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신안선 등 난파선, 문화 복원 중요 자료
무역 활동·역사적 교류 등 알 수 있어
뼈·가죽·섬유 등 발굴과정 망실 우려
때에 따라 인양 대신 수중 보존하기도
노후보존시설 복원 작업에 큰 걸림돌
국내외 네트워크 확장·인재 양성 절실
유우식 박사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세계 最古 금속활자 인쇄본” 주장도
난파선은 ‘타임캡슐’이다. 일순간 수중에 매장된 후 수백년 수천년 동안 그대로 보존된 채, 특정 시기 문화상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역이나 국가 간 관계, 사회와 풍습, 무역활동과 역사적 교류를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중문화재가 주목받는 이유다.
신안선. 중국 원나라 13세기 무역선. 길이 30.1m, 너비 10.7m, 깊이 4.0m. 1976년 전남 신안군 증도면 도덕도 해역 수중에서 발굴된 난파선이다. 우리나라의 수중문화재 보존과학은 ‘신안선’과 함께 시작됐다. 18여년의 보존처리와 9년간의 선체 복원작업을 거쳐 2003년 비로소 완성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우리나라의 수중문화재 보존과학은 1976년 ‘신안선’ 발굴과 함께 시작됐다. 때마침 고려시대 ‘완도선’이 잇따라 발견되어 고선박 보존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 ‘신안선’은 18여년의 보존처리와 9년간의 선체 복원작업을 거쳐 2003년 비로소 완성됐다.

지금까지 발굴된 14척 가운데 중국 원나라(13세기) 배인 ‘신안선’과 ‘진도선’을 제외한 12척이 우리나라 배다. 바닥면이 평평한 평저선이다. 통일신라시대 ‘영흥도선’이 가장 오래됐다. ‘십이동파도선’ 등 10척은 고려시대로 추정되며, ‘마도4호선’은 조선시대 배로 확인됐다.

‘영흥도선’을 비롯한 여러 고선박들은 여전히 탈염처리 중이다. 염분 함유량이 1ℓ당 강물 500㎎에 비해 바닷물은 3만5000㎎이나 된다. 탈염처리 과정 없이 건조할 경우 염화나트륨,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황산칼륨, 탄산칼슘 등이 생성되어 수축과 균열을 야기한다.

함께 건져 올린 도자기류는 2∼20% 흡수율을 가진 다공성 조직이라 바닷물 염분 유입이 쉬운 편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는 유물 재질에 따라 변화를 주지만 적어도 두 달 이상 탈염처리 기간을 거친다.

조간대지역 유물은 하루 두 번 노출되었다가 물속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해저 유물 또한 보름 주기로 물살이 강해졌다 느려지는 조수간만 차에 의해 훼손된다. 특히 밧줄, 목간, 뼈, 가죽, 섬유, 곡물 등은 발굴과정에서 망실될 우려가 크다. 수중에서 선체를 분해할 때는 나무못이나 선체면 사이의 수밀재 등을 보호해야 한다.

건져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때에 따라 인양보다는 수중 보존법을 택한다. 선체나 유적 위에 인조 수초를 깔아 모래가 쌓이도록 유도하거나 커다란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전체를 덮어두기도 한다. 이때는 수중에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선체나 유물의 상태를 조사한 뒤 유실 부분에 보강재를 주입한다.
청자기린형향로뚜껑. 높이 10.8㎝. 머리 위 뿔 끝 부분이 살짝 깨져 있으나 전체형태가 그대로 잘 남아 있다. 기린 속은 비어있다. 몸통 옆면에는 큼지막하게 ‘회(回)’자 형태의 번개무늬(雷文)가 띠를 이루며 음각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수중문화재 보존과학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아시아를 선도한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조사체계를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양문화재연구소의 김병근 유물과학팀장은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몰타 등 수중 유적이 많은 지중해 국가와 기술교류할 만큼 국제적 수준이지만, 40년을 넘긴 노후 보존처리 시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국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 확장과 전문가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보존과학 연구자들이 최신 성과를 공유하는 ‘제56회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지난 11, 12일 이틀간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렸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규훈)와 (사)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회장 김규호)가 공동 주최했다.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구두 발표와 하나의 주제를 대형 포스터에 요약 개시한 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150여 편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유우식 박사가 지난 12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이 1239년에 인쇄된 현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유 박사가 제시한 금속활자본과 목판본의 차이.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유우식 박사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공인본)가 1239년에 인쇄된 현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유네스코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1377)보다 138년 앞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50여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는 여섯 가지 판본의 글자 크기, 면적에 대한 각 판본 간의 특징과 차이, 묵색의 농박, 획 탈락의 정도, 글자의 굵기와 면적 변화 등의 정보를 정량화하고 그 차이를 가시화해 여섯 판본의 인쇄 시기 순서와 인쇄 방법을 규명했다. 공인본을 제외한 판본들은 매번 목판을 번각(다시 새김)해 인쇄한 것이고, 공인본에서는 활자 주물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서지학계 입장은 여전히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복원기술연구실의 안선아, 강소영은 전통석회에 대한 기초연구로 찹쌀풀 첨가 특성을 확인했다. 조선시대에는 석회가 궁궐의 담장이나 성곽의 줄눈, 석재 간 접합, 회곽묘 등 다양하게 쓰였다. 고문헌에 따르면 석회는 모래, 흙 등 골재와 함께 용도에 따라 들기름, 느릅나무즙 등을 첨가해서 사용했다. 녹말이 주성분인 쌀풀은 문헌에 죽미, 점미, 진말 등으로 언급되었다. ‘천공개물’에는 석회 모르타르에 찹쌀풀을 섞으면 견고해진다고 적혀 있다. 두 사람은 석회 플라스터 시편을 제작해 이를 시험했다. 문화재 보수용 석회에 첨가되는 찹쌀풀이 석회의 강도와 내구성 증진에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금산 미륵사 마애불. 1988년 이후 붕괴되어 하나의 머리와 20여기 조각들로 나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금산 미륵사 마애불은 1988년 이후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불상 머리와 20기 이상의 조각들로 나뉘어 있다.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의 박준형, 이정은, 권다경, 한두루, 이찬희는 3차원 스캐닝을 수행, 가상복원도를 작성하여 붕괴 이전의 형상을 추정했다. 12개 조각에서는 그라인더로 절삭한 흔적을 발견해 과거 도굴 시도가 있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나라 밖 우리 문화재의 보존복원도 중요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의 강임산은 미국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학반도도’(2020)와 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에 있는 ‘고려청자 및 금속공예품’(2021), 미국 시카고미술관의 ‘곽분양행락도병풍’(2022) 등 보존처리 지원사업 사례를 나열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3년부터 진행해온 해외 지원 실적은 9개국 26개 기관 46건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지진 대비책(유수정·‘LA지역 박물관의 지진 대비를 위한 대처와 장치’)도 눈길을 끈다. 캘리포니아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다. 특히 샌 안드레아스 단층 영향을 받아 크고 작은 지진이 잦다. 박물관을 지을 때는 건물 기둥 사이에 내진 설비를 해, 구조물 자체가 지진에너지를 흡수하도록 만든다. 전시실에는 벽이나 바닥에 부착점을 설치해 유물이나 독립 진열대의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수장고도 마찬가지다. 보관대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유물이 담긴 상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묶어놓는다. 이동을 위해 밀대에 넣어놓은 유물 또한 반드시 묶어서 움직이도록 매뉴얼을 작성해 두었다.

목포=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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