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중문화재 보존과학 세계적 수준… 노후시설 개선 시급”
신안선 등 난파선, 문화 복원 중요 자료
무역 활동·역사적 교류 등 알 수 있어
뼈·가죽·섬유 등 발굴과정 망실 우려
때에 따라 인양 대신 수중 보존하기도
노후보존시설 복원 작업에 큰 걸림돌
국내외 네트워크 확장·인재 양성 절실
유우식 박사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세계 最古 금속활자 인쇄본” 주장도
지금까지 발굴된 14척 가운데 중국 원나라(13세기) 배인 ‘신안선’과 ‘진도선’을 제외한 12척이 우리나라 배다. 바닥면이 평평한 평저선이다. 통일신라시대 ‘영흥도선’이 가장 오래됐다. ‘십이동파도선’ 등 10척은 고려시대로 추정되며, ‘마도4호선’은 조선시대 배로 확인됐다.
‘영흥도선’을 비롯한 여러 고선박들은 여전히 탈염처리 중이다. 염분 함유량이 1ℓ당 강물 500㎎에 비해 바닷물은 3만5000㎎이나 된다. 탈염처리 과정 없이 건조할 경우 염화나트륨,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황산칼륨, 탄산칼슘 등이 생성되어 수축과 균열을 야기한다.
함께 건져 올린 도자기류는 2∼20% 흡수율을 가진 다공성 조직이라 바닷물 염분 유입이 쉬운 편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는 유물 재질에 따라 변화를 주지만 적어도 두 달 이상 탈염처리 기간을 거친다.
조간대지역 유물은 하루 두 번 노출되었다가 물속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해저 유물 또한 보름 주기로 물살이 강해졌다 느려지는 조수간만 차에 의해 훼손된다. 특히 밧줄, 목간, 뼈, 가죽, 섬유, 곡물 등은 발굴과정에서 망실될 우려가 크다. 수중에서 선체를 분해할 때는 나무못이나 선체면 사이의 수밀재 등을 보호해야 한다.
해양문화재연구소의 김병근 유물과학팀장은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몰타 등 수중 유적이 많은 지중해 국가와 기술교류할 만큼 국제적 수준이지만, 40년을 넘긴 노후 보존처리 시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국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 확장과 전문가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섯 가지 판본의 글자 크기, 면적에 대한 각 판본 간의 특징과 차이, 묵색의 농박, 획 탈락의 정도, 글자의 굵기와 면적 변화 등의 정보를 정량화하고 그 차이를 가시화해 여섯 판본의 인쇄 시기 순서와 인쇄 방법을 규명했다. 공인본을 제외한 판본들은 매번 목판을 번각(다시 새김)해 인쇄한 것이고, 공인본에서는 활자 주물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서지학계 입장은 여전히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나라 밖 우리 문화재의 보존복원도 중요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의 강임산은 미국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학반도도’(2020)와 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에 있는 ‘고려청자 및 금속공예품’(2021), 미국 시카고미술관의 ‘곽분양행락도병풍’(2022) 등 보존처리 지원사업 사례를 나열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3년부터 진행해온 해외 지원 실적은 9개국 26개 기관 46건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지진 대비책(유수정·‘LA지역 박물관의 지진 대비를 위한 대처와 장치’)도 눈길을 끈다. 캘리포니아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다. 특히 샌 안드레아스 단층 영향을 받아 크고 작은 지진이 잦다. 박물관을 지을 때는 건물 기둥 사이에 내진 설비를 해, 구조물 자체가 지진에너지를 흡수하도록 만든다. 전시실에는 벽이나 바닥에 부착점을 설치해 유물이나 독립 진열대의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수장고도 마찬가지다. 보관대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유물이 담긴 상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끈으로 묶어놓는다. 이동을 위해 밀대에 넣어놓은 유물 또한 반드시 묶어서 움직이도록 매뉴얼을 작성해 두었다.
목포=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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