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플랫폼들 몸값 낮추고 경영권 내놨지만… 꽁꽁 언 돈줄에 `끙끙`

김수연 2022. 11. 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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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에 투자심리 위축돼 악순환
상환 앞둔 메쉬코리아 매각 불발
발란은 투자받으면서 3분의1토막
지난 3월 16일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이 5300평 규모의 곤지암 디지털 풀필먼트 물류센터 개관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유통 플랫폼 벤처·스타트업들이 고금리·고환율·고물가 속에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해 자금줄이 막히고 돈이 돌지 않으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처했다. 무리한 사업확장 대신 자금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륜차로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투자 경색 끝에 경영권 매각에 나선 상태다.

메쉬코리아는 오는 15일 오케이캐피탈에 대한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만기 도래 전까지 회사를 팔아야 하는데 매각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어 경영진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유정범 창업자(14.82%)와 김형설 사내이사(6.18%)의 보유지분 전량을 담보로 오케이캐피탈로부터 36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받았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급하게 투자처를 찾아다녔지만 지금 상황에선 투자하기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현재 주주들과 함께 오케이캐피탈과 상환 연장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작년 약 15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이 회사는 기업가치를 5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기업가치를 7000억원으로 높여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매쉬코리아의 기업가치가 2000억원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최대 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던 배달대행 플랫폼 운영 스타트업의 가치가 이처럼 주저앉은 것이다. 내부에선 3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이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강점과 연관된 사업에 조금씩 상황봐가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수익성이 예상되면, 그 때 투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해야하고 자금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사업에서 풀필먼트(물류통합관리), 새벽배송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영업손실이 불어났다. 결국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고 사업도 이륜차 부문만 남기는 식으로 정리했지만 투자 유치엔 역부족이었다.

현재 이 회사는 이륜차 사업 중심으로 운영해 내년 상반기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새 주인을 찾아 헤매고 있다.

명품 패션 플랫폼 발란도 최근 25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긴 했으나, 몸값이 급락했다. 투자 과정에서 발란의 기업가치는 8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기업가치 급락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여파다. 스타트업들은 후속투자를 받으려면 몸값을 낮춰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상장을 통한 공모금 수혈이 절실한 컬리도 녹록지 않다. 식품·화장품 새벽배송 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컬리의 경우, 상장 시 시총이 1조원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게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 몸값 4조원에 2500억원을 보통주로 투자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로서는 투자한 돈이 4분의 1토막나게 되는 셈이다. 기업가치 8600억원에 투자한 티몬이 2000억원에 매각돼 손실이 컸던 앵커로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컬리는 지난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며,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누적적자 규모는 5000억원이다.

수산물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지난 8월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최소 인원으로 일부 배송 서비스만 재개한 상황이다.

한 유통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시리즈 투자유치를 받아놓은 상황에서 아무런 경고 메시지도 없이 갑자기 금리가 올라가면서 올해 하반기 들어 투자시장엔 아예 후속 투자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돌았다"며 "유통 플랫폼사들이 대부분 IMF같은 큰 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창업한 회사들이다보니 투자 경색이라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확장 속도를 조절할 힘을 기르지 못한, 경험 미숙 상태에서 '시장을 선도하자'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고 시작부터 수백억 단위로 크게 투자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제는 무엇보다 자금관리를 잘 하고 회사의 강점, 본질과 연관된 사업 중심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조금씩 투자하고 이게 잘 될 것 같은 판단이 선 이후에야 깊이 있게 들어가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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