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당장 유예하라"… 거센 개미 목소리에 두손 든 민주당

이윤희 2022. 11. 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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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만 목숨걸려" 당사앞서 시위
도입땐 15만명 1.5조 세부담 전망
野입장 바꿔 정부안대로 유예될듯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주식·편드·채권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예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금투세 도입을 미뤄달라는 국회 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으며, 개인 투자자들은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초 앞서 정부는 시행 2년 유예안을 내놓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안대로 추진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부안대로 2년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투세 과세 대상 15만명, 1조5000억원 예상=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2~27.5%(지방세 포함)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을 매긴다. 금투세는 이와 달리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국내 상장 주식 기준,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에 무조건 부과된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입법 예고된 세금이다. 당시 세제 개편안에는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로 인하하는 방안도 담겼었다. 실현 손익이 아닌 거래에 따른 세금인 거래세는 후진적이라는 점에서 세율을 낮추는 대신 금투세는 유예 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부과키로 했다.

금투세가 전면 도입되면 과세 대상과 규모가 그만큼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1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인 '대주주'(1만5000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세수는 현재 2조원(2021년 연간 세수)에서 3조5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투세 도입되면 증시 악영향"=14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세 부담 증가로 국내 증시에서 해외로의 주식 투자 이탈이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투세 부과에 반발하는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의결이 이뤄지는 이달 말까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시위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3일 오후에도 한투연 회원 60여명은 민주당사 앞에 모여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회원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금투세 유예를 촉구하는 문자도 보내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2024년 총선에서 낙선 운동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400만명 개인투자자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법안이 부결된다면 주식시장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민주당사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이 약세장에 기름을 껴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에 대한 국민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청원은 지난달 12일 공개된지 약 15일만에 5만명(100%)의 동의를 받아냈다.

개인 투자자들은 청원에서 "금투세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등은 부담하지 않는 개인 투자자의 '독박 과세'이며, 또한 거래세 폐지의 수혜자는 중개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단기매매비중이 높은 기관, 외국인뿐"이라고 주장했다.

◇유예로 돌아선 민주당= 정부는 금투세 도입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상장주식의 세제상 이점이 사라져 해외주식으로의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고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장치 정비가 선행돼야 하며 제도 보완 등 추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실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보호장치를 정비하는 것이 먼저"라며 "금융사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도록 펀드 분배금을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6월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이미 합의된 대로 내년 시행을 관철하려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14알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슬며시 태도를 바꿨다. 주식 투자자들의 표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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