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이복현` 신관치 논란… 고위 경영진 초긴장
금융지주 CEO들 연임 가시밭길
'종이 호랑이'로 불리던 금융감독원이 정권 실세로 꼽히는 이복현 원장의 부임으로 과거의 위세를 찾아가고 있다. 이 원장 한마디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의지를 꺾고 있으며, 금감원 검사 진행에 따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차기 CEO 선임 때까지 임시 대표이사로 정성재 전무를 선임했다. BNK금융 이사회는 또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을 기존 사외이사 4명에서 사외이사 6명 전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관심을 끈 CEO 후보군 압축 절차 등에 대해서는 차기 임추위 회의에서 정하기로 했다.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이 아들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물러나면서 차기 회장 승계 과정이 앞당겨졌다. 김 전 회장의 사퇴는 금감원의 특별조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의 의혹과 관련해 BNK지주·캐피탈·자산운용에 대한 검사를 완료하고 사후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에 대한 의혹도 검사한 바 있다. 이후 존 리 전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했고, 강 회장은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 결정을 받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증권가에선 다음 검사대상이 어디일지를 두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감원 조사가 고위 경영진 사임으로 이어지자 은행권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금감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원성이 나온다. 특히 이 원장은 이날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 인사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권은 사실상 정부가 금융권 물갈이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가 이뤄지면 감독권을 무기로 압박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은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NH농협금융의 임추위는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추천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12월 20일 전후로 사실상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내부 출신인 손병환 회장은 그동안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첫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정권 교체 공신이 내려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농협금융에 고위관료 출신이 내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NH농협금융에 이어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안에 회장추천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사람 모두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었지만 손태승 회장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탓이다.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연임에 도전해 볼수도 있지만 이 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탓에 아직까지 공식입장도 내놓지 못하는 처지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Sh수협은행도 차기 행장 선출을 재공모한 상태로, 15일 재논의를 거쳐 차기 행장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의 경우 지배주주가 뚜렷하지 않아 사실상 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말로는 CEO 인사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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