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료 최소 30% 올려야…'최악 적자' 한전 버틸 수 있어”

김형욱 2022. 11.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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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전기요금 인상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공사(015760)를 구제하기 위해선 최소한 30%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1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 상황은 2026년에야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기준연료비를 킬로와트시(㎾h)당 40원 이상 올려야 한전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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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전문가들이 본 적정 인상선]
기준연료비 1년새 두 배 가량 뛰어
"1㎾h당 40~ 50원 인상 필요" 지적
물가 부담에…국민들 이해 구하고
한전의 인상폭 최소화 노력 중요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내년도 전기요금 인상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공사(015760)를 구제하기 위해선 최소한 30%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전기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한전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1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 상황은 2026년에야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기준연료비를 킬로와트시(㎾h)당 40원 이상 올려야 한전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감안하면 ㎾h당 70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형성돼 있다”고 부연했다.

기준연료비를 ㎾h당 40원 올리면 평균 인상률로 환산시 전기요금을 34% 올리는 효과다. 기준연료비의 산정 기준이 되는 발전 연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새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유연탄)의 수입 가격은 각각 2배, 3배 가량 올랐다. 이 여파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기준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는 지난해 평균 94.3원/㎾h에서 올 9월 253.3원/㎾h로 치솟았다.

한전의 9월 평균 전기 판매단가가 116.5원/㎾h 수준인 걸 감안하면 한전은 현재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1㎾h당 136.8원 밑지며 전기를 파는 셈이다. 한전이 올 3분기 누적 21조8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같은 수익 구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시민이 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 부담 커…국민 납득할 조치 선행해야”

문제는 소비자물가 부담이다. 만약 내년 전기요금이 30% 이상 인상된다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 폭 인상이 된다. 1차 오일쇼크가 터진 1974년 전기료는 두 차례에 걸쳐 30%와 42.4% 인상했다. 2차 오일쇼크 때인 1979년과 1980년에는 각각 34.6%, 35.9% 올랐다.

한전은 올 들어 △기준연료비 12.3원 △기후환경요금 2원 △연료비연동 5.0원 등 총 19.3원/㎾h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률은 평균 15% 수준이다. 대용량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상폭이 더 컸던 만큼 산업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30% 추가 인상은 가계·기업 등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0.0155%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이 40% 오르면 전체 물가지수는 0.62%p 상승한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리기에 앞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전은 유휴 변전소 부지·지사 사옥, 출자지분 매각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놨지만, 재무 악화를 이유로 방만 경영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SMP 상한제 도입, 한전의 자구 노력 강화 등을 통해 요금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료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요금 인상에 앞서 이런 상황을 만든 요인들을 해소해야 국민들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1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겨울철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한전)
한전·발전5사, 에너지 절약 캠페인 시작

한편 한전과 발전5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등은 이날부터 서울, 부산 등 7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국민 겨울철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시작했다. 밑지면서 파는 현 상황에서 적자 폭을 줄이려면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 접어드는 4분기에는 한전의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4분기 적자 규모가 8조∼9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를 감안하면 한전의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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