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명단 무단 공개…유족 “또다시 상처” 반발

박수지 2022. 11.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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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인터넷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 는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기사 삭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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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시민언론 민들레’ 명단 공개
유족 “또 다른 상처 주는 일”
김승섭 교수 “멈춰주셨으면”
‘이태원 참사’ 현장 근처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들머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2일 오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추모 글귀, 국화 등이 놓여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신생 인터넷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는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해당 보도에서 매체는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 공학이다.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반발했다. 희생자 김아무개(17)군의 작은 할아버지 정인성(62)씨는 “유족들은 정부에 진정한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유족은 “추모하는 건 좋지만, 유가족의 동의 없이 이름이 바로 올라와서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전명선 4·16민주시민교육원장은 <한겨레>에 “세월호 참사에서도 유가족 동의 없이 희생자의 영정 등이 나가 자기 손주가 희생된 걸 몰랐던 조부모가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있었다. 유가족 동의 없이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라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유가족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명단 공개가 “분명한 2차 가해”라고 비판하며 “법적 검토나 대응 방안도 고민하려 한다”고 답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동의 없이 이런 명단이 공개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티에프(TF)는 이날 성명을 내어 “유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명단 공개 철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기사 삭제를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 등의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원하지 않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안정”이라며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다. 만약 그 공개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적었다.

민들레 관계자는 <한겨레>에 “과거 대형 참사나 재난에서 명단 공개로 문제가 됐던 적 없고,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은 나이와 국적까지 공개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가족의 개별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엔 (명단 공개를)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명단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오는 15일 정식 창간을 앞둔 인터넷 매체로, 이번 명단 공개는 ‘시민언론 더탐사’와 함께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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