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가상세계 특허청 신설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 출시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러한 기술로 구현되는 디자인의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어, 지난해 특허청은 증강·가상현실 속 디자인도 지식재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했고,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특허청은 가상상품(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관련 상표출원이 증가함에 따라 '가상상품 심사지침'을 만들어 지난 7월 14일부터 시행하면서 가상상품의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업계는 한껏 반기며 고무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아쉬운 점 몇 가지를 토로하고 있다. 먼저, 개정된 디자인 보호법은 제2조에서 화상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면서 기기(器機)의 조작에 이용되거나 기능이 발휘되는 '화상'으로만 국한시켰다. 이에 메타버스 속 가상상품에서 디자인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함을 아쉬워 하고 있다.
특히, 특허청의 디자인 심사기준의 제6부, 제1장의 II절을 보면 '기기의 조작에 이용되는 화상'이라 함은 기기가 기능에 따라서 작동하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지시를 주는 화상 중에 기기의 조작에 사용되는 도형 등이 선택 또는 지정 가능하도록 표시되는 것이라 하였다. '기기의 기능이 발휘되는 화상'이라 함은 기기의 기능 발휘가 실현되는 화상 중에 기기의 기능 실현과 관련이 있는 도형 등이 그 회상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라고 하여, '화상 디자인'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기의 조작에 이용되거나 기능이 발휘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결국, 이프렌드(ifland), 제페토(Zepeto)와 같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신발 혹은 의상 디자인은 가상세계에서 미감(美感)을 일으킬 뿐, 현실세상의 기기를 조작하는데 이용되거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디자인 보호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메타버스가 현실세상을 가상세상 속에 복제시킨 디지털 트윈이며, 가상세상 속에서의 가상상품도 현실세상과 같이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상 상품에 대한 디자인도 보호될 수 있어야 한다.
제언하자면, 현행 디자인 보호법의 제2조는 디자인이란 물품에 대해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실세상의 물품 뿐만 아니라 가상물품도 포함하도록 개정한다면 시행중인 상표 '가상상품 심사지침'과 궤를 같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토로하는 아쉬운 대목 또 한가지는, 메타버스의 본질은 화상으로 표현되는 가상상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 권리 자체는 가상이 아닌 실물 세상의 특허청이 전담하고 있어 자유로운 거래를 촉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이를 위한 기술은 이미 나와 있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 이는 바로 NFT(non-fungible token)이다. 메타버스 속의 가상상품에 대한 상표권에 NFT를 부여한 후 진정한 상표권자인지를 증명할 수 있게 하거나, 메타버스 속 가상상품이 정품인지를 NFT를 이용해 판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가상세상 속의 지식재산권리를 NFT를 활용해 양도하거나 실시권 등의 부여·이전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의 거래 등을 다루는 금융회사는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인지라, NFT와 같은 가산자산의 발행에 관해 조속히 입법을 서둘러 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용우, 김병욱, 양경숙 의원이 지난해 서로 각기 다른 법률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윤창현, 김은혜 의원 등도 각기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공수가 바뀌면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의 지식재산권(IP)을 위한 NFT 발행·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상세계 특허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논의가 진척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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