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축소’를 위한 어른들의 행동, 부끄럽지도 않나

한겨레 2022. 11.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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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적정규모 학교를 목표로 소규모 학교를 꾸준히 통폐합시켜 왔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은 지방소멸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어 '1면 1교 유지 정책'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 수보다 교직원 수가 많은 경우도 있다.

교직원 주택대출은 정주 여건이 좋지 못한 농어촌지역에 발령받은 교직원에게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조성해줘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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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공대위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 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0곳의 단체가 제안했고 서울 교사노조 등 122곳의 교원과 학부모, 시민 단체가 참여해 구성됐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지철 | 충남교육감(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감 특별위원회 위원장)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저지하기 위해 132개 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두고 <한국경제신문>이 ‘교부금 수호’ 교육계의 집단행동, 부끄럽지도 않나’는 제목의 사설(10월26일치)을 내보냈다. 해당 언론사야말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의 논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적정규모 학교를 목표로 소규모 학교를 꾸준히 통폐합시켜 왔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은 지방소멸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어 ‘1면 1교 유지 정책’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 수보다 교직원 수가 많은 경우도 있다. 이는 여러 면에서 혜택이 부족한 농어촌지역 아이들을 위한 교육복지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국 각지 초·중·고 학교 건물 중 40년 이상 된 건물이 19.3%,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학교가 6636개교, 28명 이상의 과밀학급이 전국적으로 28%나 되는 상황을 두고 시설·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과연 부끄러운 일일까?

지난 10월3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2’를 보면,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분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 비율은 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1%를 다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제 겨우 선진국 평균을 넘어선 상황을 두고 이제 충분하니 대학과 평생교육으로 예산을 나눠주자는 주장이 타당한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도 중요하니 별도 재원을 마련해 교육을 함께 성장시키자는 주장이 부끄러운 행동인가?

사설에서 교부금의 엉뚱한 용처로 언급된 대북지원, 교직원 주택대출 문제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북지원은 북한과 인접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 차원의 인도적 지원사업이 대부분이다. 교직원 주택대출은 정주 여건이 좋지 못한 농어촌지역에 발령받은 교직원에게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조성해줘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다.

올해 교부금이 지난해보다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난해 기재부의 세수추계 오류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은 감추고 일정기간 안에 빨리 쓰기를 강요하다 보니 현장 교사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고, 이를 빌미로 교부금 축소 논리로 전개하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 아닌가. 학교는 다른 기관들과 다르게 학생들의 교육권 보호를 위해 방학 중에만 할 수 있는 공사가 많다 보니 예산을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기금으로 적립해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분야에서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이외 분야에서 인구가 줄어드니 예산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교부금을 지키자고 하는 교육계가 부끄럽지 않냐고? 반대로 묻고 싶다. 사회적 발언권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을 위한 교부금을 삭감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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