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외풍에 흔들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국정조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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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로는 대학입시와 더불어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들 수 있다.
지난 2년여에 걸쳐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힘겹게 연구개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이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 9일 행정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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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병호 | 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로는 대학입시와 더불어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들 수 있다. 지난 2년여에 걸쳐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힘겹게 연구개발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이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 9일 행정예고됐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12월31일 내로 고시될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해 약 7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 토대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경향신문>은 지난 11월10일 ‘교육부 “의견 수렴했다”더니…회의는 시안공개 하루 전 단 1차례만’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에 교육부는 “그동안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취지에 따라 정책연구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폭넓은 국민 의견수렴, 교육과정 개정 관련 협의체 논의를 거쳐 2022 역사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해 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국사 개정 교육과정안을 보면 이미 보도된 내용 이외에도 ‘개정안(8월 말 발표)’에서 ‘시안(9월 말 발표)’ 때 수정된 내용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대단원에서 ‘민주주의 성숙과 평화를 위한 모색”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성취기준에서 “다원화된 민주주의 양상을 탐구한다”가 “민주주의 양상을 탐구한다”로, “평화와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이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로 바뀐 게 대표적이다.
요즘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자유민주주의’ 또는 ‘자유민주적 질서’ 추가는 개정안은 물론 시안에도 없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민주주의’로의 수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민형배 의원(무소속) 질의에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검토해보겠다”고 발언한 뒤 추가됐다. 이 장관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정안 행정예고를 알린 9일치 교육부 보도자료에서도 ‘국민 의견수렴’ 명목으로 오랜기간 작업해온 전문가 의견 대신 집권정부와 교육부 장관의 성향이나 의견이 상당수 반영된 점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운영위원회는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교육부가 정책적인 판단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은(<경향신문>, 2022.11.10), 국가교육과정 개정 최종 단계에서 교육부가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해온 악습이 여전함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한겨레> 14일치 ‘자유민주주의 집착 교육부…“연구진 압박·심의 결과 왜곡”’ 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헌법 제31조 4항)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교육과정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있다. 교육부 장관의 영향력 행사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8·15 경축사에서 “자유”를 33번 외친 대통령이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끔찍이 챙기는 교육부 장관이 있으며,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주장했던 국가교육위원장이 있는 한 국가교육과정 개편안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빠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정치성향에 따라 국정 운영에 있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교육에서는 보편적이고 다양한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 민주주의에는 직접민주주의, 간접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민주주의’라는 점이고 국가와 학교는 이러한 다양한 민주주의 기본 이념과 원리 및 특성 및 차이점 그리고 종류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자 교육부에 의해 교육과정 개정안이 왜곡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많은 교육과정 연구자들이 2년여에 걸쳐 오랜 시간 연구한 내용을 정부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고 교육부 장관이 한순간 수정하는 악습의 고리를 이제 그만 끊을 때가 됐다. 깨어있는 시민과 언론, 국회가 적극 나서 철저한 국정조사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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