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회색빛 오묘한 표정... 여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손이천의 '머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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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서양화가 권옥연(1923~2011)은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했다.
국내외 공모전에서 수차례 수상했을 뿐 아니라 도쿄, 상파울루,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전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청회색 톤의 살색과 내면을 응시하는 소녀들은 전통적 여인상과는 대조적으로 현대 서구 여성상을 반영하는 듯하며, 도시의 정적, 군중 속의 고독, 불안의 정서를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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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는데, 작품 전반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차가우면서도 차분한 색채는 관람객에게 은밀한 감흥을 불러 일으켜 심연으로 가라앉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초기 그의 작품은 구상 화풍이었으나, 195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는 파리 앵포르멜(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아 개성적인 추상 양식을 구축했다. 이후 권옥연은 다시 인물, 정물, 풍경 등 구상으로 회귀하는데, 이 때 역시 마음 속에 잠재하는 형상이나 환상을 그리기 위해 여러가지 사물을 변형시키고 조립함으로써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그가 즐겨 그린 우수에 젖은 소녀의 오묘하면서도 무표정한 얼굴은 청회색 톤의 색감 때문에 더욱 매혹적인 감흥을 자아낸다. 청회색 톤의 살색과 내면을 응시하는 소녀들은 전통적 여인상과는 대조적으로 현대 서구 여성상을 반영하는 듯하며, 도시의 정적, 군중 속의 고독, 불안의 정서를 느끼게 만든다.
이런 소녀상은 서구화를 추구했던 시대의 수요와 맞닿아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 선호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월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1985년작 '여인(사진)'은 18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해 3500만원에 낙찰되는 결과를 기록했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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