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외교 깨고 미국편 선 한국…‘미 MD편입 가시화’ 논란도
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선명하게 밝힘에 따라, 향후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놈펜 성명’은 안보뿐 아니라 공급망과 데이터 유통을 포함한 경제, 기후, 환경 분야까지 담은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프놈펜 성명은) 전례없는 범위와 내용을 담고 있다. 3국 협력이 얼마나 심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명은 3국의 관심사를 모두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 일 정상으로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 △확장 억제 강화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관심사인 중국 봉쇄와 러시아 규탄, 일본 정부의 오랜 관심사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즉각적 해결에 각각 동의했다.
특히 대중국 메시지는 강력해졌다. 3국 정상은 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또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한국으로서는 미·일이 주도해 온 대중국 압박에 동참 수준을 더욱 높인 것이다. 대만 돌발 사태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3국 밀착에 적극적으로 나선 윤석열 정부가 관리해야 할 부담과 위험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한-미 전략동맹’은 안보·경제·이념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됐는데, 이번 프놈펜 성명은 이를 일본까지 확대한 셈”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과거와 달리 군사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미국한테서 얻는 것보다 내줘야 할 것이 늘면서 한-미 동맹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미-중 전략 경쟁 속에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도 “3국 정상이 공동성명이란 형식까지 갖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 태세를 밝혔다는 점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중·러 협력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두 삼각 대립이 공고해지면 남북관계 단절 고착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북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로 미 엠디(MD) 편입 가시화
3국 정상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는, 한국이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에 사실상 편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일은 3국이 함께 쓰고 있는 전술데이터연결체계인 ‘링크-16’을 통해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개발한 링크-16은 디지털화한 전술정보를 감시정찰-지휘통제-타격 체계에 연동하는 통신수단이다.
한·미는 2016년부터 경기 오산기지의 한국군 연동통제소(KICC)와 주한미군 연동통제소(JICC)를 링크-16으로 연결해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링크-16을 통해 실시간 군사정보를 공유한다. 주한미군 연동통제소는 링크-16으로 주일미군과도 연결돼 있다. 결국 ‘링크-16’을 매개로 3국이 북한 미사일 표적 탐지와 좌표 확인까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됐다. 한국이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엠디를 얘기하려면 미사일 개발부터 전력화까지 같은 수준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엠디 편입 우려는)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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