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 칼럼] 윤석열 정권의 ‘잘난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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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가 정상외교 무대 아래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섞인 멋쩍은 혼잣말을 우연히 포착한 걸 무슨 대단한 뉴스나 되는 것처럼 떠벌린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본지 9월 24일자 '지평선')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최근 윤 대통령 동남아순방 전용기에 MBC 취재진의 탑승을 거부했다는 뉴스엔 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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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 MBC 탑승 불허는 중대 ‘탈선’
민심 외면 ‘오만한 엘리트의식’ 심각
윤 대통령, 정권 핵심부 위기 직시해야
얼마 전 MBC가 정상외교 무대 아래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섞인 멋쩍은 혼잣말을 우연히 포착한 걸 무슨 대단한 뉴스나 되는 것처럼 떠벌린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본지 9월 24일자 ‘지평선’)했다. 특히 MBC가 보도 내용을 굳이 백악관에까지 따로 보내 논평을 요구한 일은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최근 윤 대통령 동남아순방 전용기에 MBC 취재진의 탑승을 거부했다는 뉴스엔 더 깜짝 놀랐다. 어쩌면 이번 일은 현 정권과 대통령실이 얼마나 어리석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경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해외 출장 때 대통령실 취재기자들이 전용기에 동승해왔던 관례를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기자들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니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은 취재를 봉쇄하거나 거부하는 게 아닌, 선의로 해왔던 편의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대통령실의 설명이 아주 무리라고 보긴 어렵다. MBC는 이번 조치가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도 대통령 동남아순방 취재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또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기자들을 추첨으로 뽑거나 심지어 임의로 선정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누구도 언론자유 침해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적 하자 없고 미국도 그런다고 해서 끝내 MBC 탑승 불허를 밀어붙인 건, 그게 누가 벌인 짓이든, 국정에 대한 정무적 감각이나 민심 이해력이 매우 박약한 헛똑똑이들의 얼빠진 ‘헛발질’이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대통령 발언이 정확히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MBC 보도를 왜곡·편파로 단정하고 격앙하는 것부터 되레 대통령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을 뿐이고, 설사 대통령 발언이 보도와 다르다는 게 실증됐다고 해도 굳이 MBC를 ‘왕따’시키는 게 국정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권력 핵심부의 잇단 실수와 실책들에는 일관되게 흐르는 꺼림칙한 기류 같은 게 느껴진다. 불의나 불합리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듯한 일종의 절대주의, 또 무엇이 정의이고 합리인지는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듯한 견고한 엘리트주의의 그림자가 그것들이다. 그리고 그런 기류 속엔 국민 대중보다 자신들이 훨씬 우월한 판단력과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까지 얼비치곤 했다.
당장 ‘10·29 참사’ 초기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실언만 해도 어찌 보면 엘리트의 어설픈 합리주의가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 됐다. 한덕수 총리의 어처구니없는 농담이나,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스스로의 시각과 판단에만 갇혀 있었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
뿐만 아니다. 턱없이 거들먹거렸던 ‘윤핵관’이나, 지금껏 야당 쪽은 아예 바라보지도 않는 듯한 윤 대통령의 모습에도 국민은 불안하다. 사실 야당도 딱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윤석열 정권도 아직 탐탁잖기는 마찬가지다. 당에는 여전히 처세에만 능한 정치꾼들이 득실거리고, 대통령실과 내각엔 소통능력 없는 법조나 관료 엘리트 모범생들만 모아놨을 뿐이라는 불신이 만만찮다. 정신 차릴 때다. 그렇지 않으면 ‘잘난 바보들’만 설치고 있다는 조롱을 면키 어려워질지 모른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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