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달렸다 … OEM기업 화려한 비상
3분기 영업익 역대 최고 달성
달러 강세로 실적개선 효과
단순한 '원가 낮추기' 탈출
스마트팩토리 등 투자 결실
고가의류 계약 증가 희소식
'얼굴 없는 기업'으로 불리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OEM 산업은 주로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선진국 기업에서 하도급을 받아 유지됐기 때문에 '후진국형 산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한국 OEM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외국으로 옮기는 동시에 품질 향상에 과감히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최근 강달러까지 맞물리며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영원무역이다. 영원무역은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6.7% 상승해 2759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2153억원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같은 기간 영원무역 매출도 46.2% 늘어 1조1623억원에 달했다. 영원무역은 지난 3분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스포츠 의류와 아웃도어 산업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카타르월드컵이 임박하면서 이와 관련된 수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세실업 또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세실업은 지난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655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66% 성장했다. 한세실업은 올해 들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또한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5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OEM 업체들이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배경에는 '강달러'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OEM 기업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경로를 띤다. 자연스럽게 거래 과정에서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 자산을 많이 쌓아두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3분기 말까지 달러당 원화값은 평균 20.9% 하락했기 때문에 강달러 효과만으로 실적이 대폭 개선된다. 올해 들어 OEM 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쏘아 올렸지만 이를 '고환율 효과'로 평가절하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각이 깔려 있었다.
다만 이번 3분기부터는 OEM 업체들 실적을 두고 단순히 고환율 착시로 치부하는 시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원무역을 비롯한 OEM 업체들이 증권가 컨센서스를 대폭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패션업체들은 다수 OEM 업체에서 납품을 받으며 원가를 낮추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수의 우수한 OEM 업체들에서 물량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딥앤드내로(Deep&Narrow)' 전략이다. 한국 OEM 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하는 대신 연구개발(R&D)에 과감히 투자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력했다. 실제로 이 결과 영원무역은 고가 레깅스로 유명한 룰루레몬의 OEM 업체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업체가 됐다. 생산시설 혁신에 투자한 것도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한세실업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효율화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고가 의류와 계약이 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외부 활동이 재개되면서 실내복보다 단가가 높은 외출복 구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패션업계는 4분기부터 OEM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류 시장 둔화와 그에 따른 의류 업체의 재고 부담 등이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달러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원면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안정적으로 원가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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