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부터 공공까지 국가 인프라 흔들기···"사실상 정치 파업"
■동시다발 대정부 투쟁 깃발 든 勞
국회 계류된 노동 관련법 등 정치 현안과 직접 연관
'법안 통과''정국 주도' 이해 맞물려 勞·野 적극 연대
정부는 '강경 대응' 전망···당분간 출구 찾기 힘들듯
노동계가 동투(冬鬪)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연말까지 줄줄이 파업을 예고한 이번 노동계 파업의 특징은 노동권 보장을 넘어 대정부 투쟁 성격을 띠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사실상 정치적 파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안전운임 일몰제를 폐지하라는 화물연대 총파업, 민영화에 비판적인 공공 부문 6개 노조 총파업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동 관련법 등 정치 현안과 직접 연관돼 있다. 더욱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 자체가 어렵다. 노동계가 야당과 적극 연대하는 이유다. 야당 역시 정국 주도권,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해소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노동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 공공 부문 6개 노조 총파업이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좌우할 시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화물연대에 따르면 24일부터 시작되는 총파업은 따로 기한을 두지 않았다. 총파업을 쉽게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貨主)가 운수사업자, 운수사업자가 화물기사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안전 운전을 돕는 제도다.
정부는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산업계 피해가 커지자 안전운임제 연장을 약속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이나 폐지는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등 부처에서는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이제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정부가 할 일은 다 했다는 반응이다. 화물연대가 제시한 총파업 시한까지 해결이 안 될 경우 피해는 결국 산업계가 떠안게 된다. 6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자동차·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생산부터 출하, 수출 차질을 겪었다. 산업계 피해 추산 금액은 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노동계의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 정책 반대 움직임도 당분간 출구를 찾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파업을 결정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의 경우 지난해 말 총파업 하루 동안 학교마다 대체 급식을 제공해 학부모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도 당연히 돌아올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 부문 노동계의 반발은 정부가 정한 큰 틀의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가라앉기 힘든 난제 중 난제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효율화 정책을 민영화라고 부르면서 반대한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달리 비정규직 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행정공무원·소방공무원 등 공공 부문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전국공무원노조는 22~24일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투표를 결정했다. 공무원노조의 찬반 투표는 정권마다 논란거리였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정치 활동 금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동계의 최대 숙원은 경영계에서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 제정 여부다. 노동계는 올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이후 노란봉투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요구해왔다. 경영계는 재산권을 침해하고 노동시장 전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강력 반대한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될 때까지 총파업과 같은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 이외에도 노동계가 반발할 수 있는 노동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과 근로시간제도 손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등 일련의 노동정책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 개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2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반민생·반민주 행태에 맞서 뭉쳐야 한다”며 “중단됐던 정치 세력화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공공 부문 총파업에 어떻게 대응할지 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복되는 파업에 정부 대응이 협상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8월 화물연대의 하이트진로 홍천공장 진입로 점거 때 출범 이후 처음 경찰을 투입해 강제 해산했다. 이후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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