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다툼에 국회 공전 … 이상민, 사퇴 일축

이지용, 김보담 2022. 11. 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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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방만 오간 예결위
MBC 탑승 배제 野 공세에
정무수석 "좋게 생각합시다"
野 "지금 국회의원 훈계하나"
이재명 "망언 이상민 파면"
이상민 "사퇴는 쉬운 방법"
김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
국정조사 합의 끝내 불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예산 심사를 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이 '말꼬리' 다툼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MBC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야당 공세가 쏟아지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좋게 생각합시다"라고 한마디 꺼냈다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최근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공방 이후 국회에서 갈수록 '정치'는 실종되고 막말만 오가며 국회의장의 여야 중재 시도마저 불발로 끝났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예결위에서 이 수석에게 "MBC를 (전용기 탑승) 배제한 것은 다른 언론 길들이기를 한 게 아니냐. 국민을 바보 취급하나"라며 "6개월 만에 너무 많은 것을 봤다. 사고 치고 엉뚱한 철학 등을 보면서 국민이 너무나 피곤해하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이 수석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두고 봐도 될 것"이라며 "그런 프레임으로 자꾸 공격하지 말고 같이 좋게 생각합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즉각 "뭐라고요"라며 "지금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한테 좋은 쪽으로 하라고 훈계하는 것인가. 지금 여기서 장난으로 얘기하는 줄 아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질문에 기분이 나쁘고 거슬린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대통령실을 대표해서 온 수석이 지금 협박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다수 민주당 의원이 최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웃기고 있네' 메모로 국감장에서 쫓겨난 김 수석을 재언급하며 이 수석을 질타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비속어도 아니고 막말도 아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부산 지역에서 사용하는 의미는 수도권과 다를 수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우원식 예결위원장은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며 "국민을 가르치려는 태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오만방자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민주당 편을 들었고 결국 이 수석이 사과해 일단락됐다.

이날 '말꼬리' 다툼은 이뿐만 아니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시절 광우병 공포 사태를 겪으며 MBC에서 공격당한 경험담을 풀어놓으며 "확실하게 책임지고 나오면 저같이 이렇게 국회의원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발언 취지 자체가 "책임을 지고 관두라"에 있었지만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수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이 오갔다"며 정 의원을 직격했다.

말꼬리 하나하나를 놓고 여야가 서로 직격하다 1시간 넘게 경제위기 속 '방패막이'가 될 내년 예산 논의는 뒷전이고 공방만 오갔다. 가뜩이나 최악인 여야 관계가 이태원 참사와 '웃기고 있네' 메모 후 더 최악으로 치달으며 일말의 협치 가능성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단 회동을 하며 신년도 예산 심사를 둘러싼 협치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진행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별 예산 심의에서 (민주당이) 꼭 필요한 예산을 너무 많이 칼질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반면에 박 원내대표는 "국민이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폼 나게 사표"라고 한 발언은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현장에서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며 "이상민 장관을 즉각 파면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예결위에서 이상민 장관에게 "국민의 사퇴 요구가 대단히 높은데도 왜 사퇴하지 않느냐"며 "장관이 남아 있어서 사태 수습은커녕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상민 장관은 "현재의 자리에서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책임을 가장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사퇴는 어떻게 보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지용 기자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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