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전산화' 물꼬…의료계도 동참

문재용 2022. 11.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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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복잡한 서류 발급과 제출 과정 때문에 소액의 보험금은 아예 포기해 버렸던 사례가 앞으로 크게 줄어들지 주목된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전산 시스템으로 구축하자는 논의에 의료계가 본격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보험업계만 배불리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는데, 정부와 보험업계·소비자단체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에 의료계까지 참여함에 따라 전산화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실손 비서 도입 토론회'에서 "제도 도입 주도권을 의료계와 병원 관계자,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 그룹에 위임하는 8자 협의체 구상을 제안한다"며 "(협의체에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의사협회가 추천하는 소비자단체, 금융위 추천 소비자단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논의 테이블에 참여해 의료계 입장을 분명히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간소화 시스템 관리 주체를 어느 곳으로 할지를 비롯해 현안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커 당장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던 청구 간소화 시스템 논의가 이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고, 8자 협의체까지 발족하면 도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병원을 재방문하고 복잡한 서류 정리를 거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서류 작업을 완료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보험사별로 제각각인 관련 서류를 실물로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까닭에 소비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청구를 포기해본 경험이 있는 보험 가입자 비중이 47.2%였다. 이 가운데 청구 방법이 불편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비율이 약 70%에 달했다.

보험업계 역시 실물 서류를 받아야 하는 탓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구 간소화를 통해) 보험사는 서류 문의 요청에 응대하는 인력, 청구 서류 검증과 자료 입력에 필요한 인력 등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청구 간소화에 따른 보험 청구 증가는 보험료 할증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반발하는 대표적인 논리도 결국 보험사들이 부담을 전가해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민 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강제하면 환자의 진료 정보가 집적되고, 보험 갱신이나 가입을 거절하는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 증가에 따른 부담이 환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계는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의료계에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은 심평원에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방식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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