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사 인사개입 않겠다 이사회서 공정하게 결정해달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만나
CEO 인사에 권한과 책임 강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이사회가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금융지주 회장, 계열사 CEO 인사와 관련해 낙하산 잡음이 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회가 스스로 노력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 원장도 "외압 등으로 인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본인이 정치권 등의 외압을 막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14일 이 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선우석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신한·우리·하나·NH·BNK·DGB·JB금융지주 등 8곳 이사회 의장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금감원장과 금융지주 이사회 간 공식 교류는 코로나19로 2년간 단절됐다 재개된 것이다. 이 원장은 세계 금융감독 표준에 맞춰 이사회는 자체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감독당국은 이 같은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 전 세계 감독당국은 (금융사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운영에 대한 당국 의견을 낸다"며 금융당국 규제 선진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금융사 지배구조 핵심축인 이사회의 권한과 책무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유수의 해외 금융그룹과 비교해보면 국내 은행지주는 규모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사회는 은행 경영전략과 리스크 정책을 승인하고 경영진이 이를 잘 집행하는지 감시하며 건강한 조직문화와 강력한 통제 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지주 계열사 내 펀드 불완전 판매, 외환 송금 의혹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내부 통제를 위해 '성과 우선주의'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경영진에 대해 이사회가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 직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소위 말하는 외압이라든지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우람 기자 /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