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 1위는 서울대···탄소중립 이루려면 대학부터 나서야
2007년부터 15년 연속 서울 시내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기관이 있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도 1위인 서울대학교다. 서울대는 학생 수가 많고, 그만큼 건물도 많다. 공과대학에서 24시간 실험장비가 가동되기에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제치고 15년 동안 압도적인 에너지 다소비 기관으로 꼽히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14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린 ‘대학 탄소중립’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서울대의 에너지 소비·온실가스 배출 현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 탄소중립과 그 너머’라는 주제로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와 환경동아리연합회의가 주최한 이 날 간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윤채림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의장은 “한 강연에서 서울대를 ‘기후악당’이라고 칭하면서 비판하는 것을 들은 뒤 서울대생으로서 부끄러움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었다”며 “그 강연 내용이 환경동아리에서 대표까지 맡으면서 활동하는 계기가 됐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와 환경동아리연합회의는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조건에서 대학의 역할을 질문하고, 서울대의 현황을 짚는 등 탄소중립과 그 너머의 길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울대는 지난 8월 집중호우 때는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도 제대로 대비가 돼 있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장서 10만권이 훼손됐고, 연구자료가 담긴 서버가 침수되는 등 302억원가량의 피해를 보았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에 따르면 서울대의 에너지사용량은 5만775toe(석유환산톤, 원유 1t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이는 건물부문 15위인 고려대(1만8924toe)와 16위 연세대(1만8514toe)를 합한 사용량보다 많고, 21위인 한양대(1만4337toe)까지 합한 것과 비슷하다. 그린캠퍼스협의회가 분석한 서울시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 25개에는 대학과 대학병원이 각각 5곳씩 있다. 대학으로는 서울대, 고대, 연대, 한양대 외에 이화여대(1만2622toe)가 포함됐다.
대학병원으로는 5위 울산대학교 소속 서울아산병원(3만4524toe), 6위 성균관대학교 소속 삼성서울병원(3만4096toe), 8위 연세대학교 소속 연세의료원(3만2513toe), 13위 서울대학교 소속 서울대학교병원(2만5005toe), 14위 가톨릭대학교 소속 서울성모병원(1만8822toe)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에는 대규모 제조시설이나 공업단지 등이 없어서 건물부문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부분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을 위해 2026년까지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들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간담회 발제자들은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과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 의장은 “학생들은 학교의 중요한 주체이면서도 이미 구축된 물적 인프라를 수동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기도 하다”며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친환경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이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발제자로 나선 하지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대학의 자발적이고,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가 실현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에너지, 전기, 물, 폐기물 등의 발생량과 사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본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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