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삼성SDI·SK온, 불경기 고민도 해법도 '3사 3색'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계획된 투자를 연기·철회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등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계획된 공급물량 확보를 위해 투자를 중단할 수 없는 처지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긴축 등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예고된 투자 이행과 실적 성장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제침체 국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평가되는 배터리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올 3분기 매출액 7조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매출기록을 실적을 달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연 매출 목표액을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올렸다. 연간 영업이익도 1조원 돌파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높게 평가받는 지점은 수익성 제고로 현금 창출 능력이 높아졌고, 확보된 현금을 설비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데 있다. 적절한 시기에 선제적 투자와 IPO(기업공개)를 병행해 재원을 확보하고 수율 안정화 작업을 조기에 매듭지으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실익을 초기부터 누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 3개월 만에 보류하면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던 것으로, 시장에서는 애리조나주가 대대적인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며 유치를 요청 중인 만큼 내년 초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해당 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도 LG에너지솔루션에 버금갈 정도로 안정적이라 평가받는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생산설비의 수율 안정화를 꾀하고,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투자 흐름을 이어오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 수익성을 가장 먼저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올 3분기 매출(5조3680억원)·영업이익(5659억원) 모두 사상 최대실적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는 것은 '타이밍'이다. LG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번 경제위기 이전부터 추진해 비용지출을 낮췄지만, 내년부터 미국 투자를 본격화하는 삼성SDI의 경우 고환율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 후 상장 전략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했지만, 상장기업인 삼성SDI의 경우 창출된 현금의 재투자 또는 차입에 의존해야 해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종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정 수준 이상 해소될 전망이고 침체된 경기가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고객 수요가 안정적인 만큼 무리한 확장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에 치중하면서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가장 큰 우려가 나오는 곳은 SK온이다. 3사 가운데 전기차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대거 늘린 SK온은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수익금을 설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어서, 투자비는 차입금 또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등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금 조달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SK온 흑자전환 시점이 빨라도 내년 2분기에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봤다. 업계는 SK온 해외사업장의 수율 개선만 이뤄지면 빠른 속도로 안정화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삼성 모두 수율 정상화 과정을 거쳤고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신규 글로벌 사업장의 빠른 양산과 수익성 확보를 노릴 수 있었다"면서 "이미 대규모 시설투자를 선행했고 확보한 물량도 많기 때문에 SK온은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안정화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온 관계자는 "시장에서 현금흐름과 관련해 일부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계획된 투자금 확보와 시설투자 등은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글로벌 매출액 증대로 수익구조가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완성차업계 반도체 이슈 해소에 따른 판매량 제고 가능성과 배터리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실익도 기대하는 상황"이라면서 "단기적 요인에 따라 등락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 우상향 성장 기조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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