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기 미술시장···'레드칩 주의보'
국내 경매 낙찰총액 62% 감소···소더비는 49%↑
최근 3년 급등한 '초현대미술'의 향방 주목해야
올해 3분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매회사 소더비가 같은 기간 49.7%, 크리스티가 11.6% 각각 매출 강승을 보인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지난 3년간 동시대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가격상승을 보인 ‘초현대미술 작가’(1975년 이후 출생의 젊은 작가들)가 호황기 시장의 분위기를 달궜지만, 이들 ‘레드칩(Red Chips)’ 작가들의 미래를 모두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술시장에서는 수익성·안정성이 높은 우량주를 뜻하는 ‘블루칩’에 대응하는 의미로,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며 작가 스스로도 작품을 경매에 내놓는 것에 과감한 젊은 작가군을 ‘레드 칩’이라 부른다. 2021년 1월 미술 저널리스트 스콧 레이번이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이며, 중국의 우량주를 뜻하는 ‘레드칩’과는 다른 의미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14일 국내외 미술시장의 3분기( 7~10월)흐름과 전망을 분석한 ‘2022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발표하고 “국내 미술시장은 2022년 6월을 기점으로 완연히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라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정책, 금리 인상, 전쟁으로 인한 냉전 체제 부활 가능성 등 불확실한 정치·경제적 여건 속에서 해외 경매 시장은 메가 컬렉터의 대규모 초고가 컬렉션 경매로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3분기 국내경매의 작가별 낙찰 총액은 일본작가 쿠사마 야요이가 약 48억8000만원으로 가장 컸고, 박서보가 약 28억8000만원, 이우환이 20억6000만원, 김창열 19억원, 이배 10억40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경매 전체는 전년 동기 대비 62%의 낙찰총액 감소를 보였고, 소더비 홍콩도 16.4% 하락했다. 반면 뉴욕과 런던에서 진행된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는 불황 속에서도 최고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폴 앨런과 윌리엄 페일리 등 세계적인 큰 손 컬렉터의 주요 컬렉션이 통째 경매에 나와 관심 속에 낙찰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해외 경매시장은 메가 컬렉션 경매(미술사에 등재된 작가와 작품 컬렉션)의 매출 수익만으로 불황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거물 소장가들의 이러한 소장품 경매는 고가 작품의 희소성과 이에 대한 높은 수요를 갖는다”면서 “(이같은 컬렉션 경매로 인한) 매출 총액 상승은 경제 불황이나 침체의 여파에도 미술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굳건한 시장으로 보이게 만들지만, 이것이 미술사에 등재된 명품 명작에 한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지난 3년 호황기 동안 동시대 미술시장에서 가장 어린 스타들이 단기간에 위대한 대가들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까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초현대미술’ 작가군을 집중 분석했다. 1975년 이후 출생이라는 연령대적 배경 외에 NFT, 스트리트 아트, 아프리카 및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예술, 여성 작가 등을 두루 포괄하는 초현대미술은 들의 메이저 시장 대거 유입도 이에 포함된다.
보고서는 “초현대미술작가들의 총 거래액이 전 세계 미술품 경매 거래액의 2.7%인 2억90만 달러(2022년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수집가들은 ‘확실한’ 가치를 넘어서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현대 미술의 총매출은 2013년 9140만 달러에서 2021년 7억3930만 달러로 70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초현대미술의 경매 출품작 수도 3487점에서 1만2216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초현대미술 작가가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를 칭하는 글로벌 빅3 경매의 블루칩세일에 등장하기까지의 기간도 1.2~6.3년으로 분석돼, 그들의 선배 세대 작가들이 평균 7~16.6년 걸린 것보다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조정국면으로 접어든 미술시장에서 이들 ‘초현대미술’의 향방이다. 보고서는 2007년 호황을 주도했던 데미안 허스트, 2008년 최고점을 찍은 안셀름 라일, 2014년 최고점을 찍은 루시안 스미스, 2017년 최고점을 찍은 아쿠닐리 크로스비의 가격 추이를 선례로 제시했다. 모두들 호황기에 급격한 가격 상승과 함께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가격은 급락했고, 거래량도 급감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센터는 이에 대해 “호황기에 큰 수익을 가져다 준 신진 작가군들로 투자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앞으로의 하락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안정적인 작가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할 시점”이라며 “일시적인 유행과 장기적으로 가치를 쌓아가는 스테디셀러를 확실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 계획을 세울 때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면서 불안정적인 시기가 도래할 것을 내다보고 제도권에서 평가받는 안정적인 작가의 최고 수준의 작품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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