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당뇨병의 날, 다시 짚어봐야 할 ‘인슐린’의 중요성 [1형당뇨 바로 알기]
매년 11월 14일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지정된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11월 14일로 지정된 까닭은 당뇨병 치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프레드릭 밴팅’ 교수의 생일 기념하기 위해서다. 프레드릭 밴팅 교수는 ‘인슐린’을 개발하여 당뇨병 치료 역사를 바꾼 인물이다.
생명현상 유지에 필수인 호르몬, ‘인슐린’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내의 베타세포에서 합성되고,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우리 몸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가 이용하기 위해 필요하며 지질과 단백질 대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넘쳐 나온다. 이러한 병적인 상태를 ‘당뇨병’이라고 한다.
인슐린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 내 당분 수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혈관, 신경, 눈, 심장, 신장이 손상된다. 당뇨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당뇨 합병증은 실명, 하지 절단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슐린은 생명현상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라 할 수 있다.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형 당뇨병’
이렇게 중요한 인슐린을 스스로 분비할 수 없는 질환이 있다. 바로 ‘1형 당뇨병’이다.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기전, 감염 등에 의해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질환이다. 따라서 인슐린을 인위적으로 체외에서 공급해 주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1형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주사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혈당이 악화되어 당뇨병 케톤산증을 동반한 급성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고혈당으로 인한 급성 합병증은 심하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즉,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은 생명줄과 다름없다.
‘인슐린 공급 대란’ 우려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
그러나 최근 인슐린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물학적 제제 등 유통온도관리 강화제도’를 제정∙시행하면서다. 해당 제도는 온도 등 취급에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유통(수송) 단계에서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생물학적 제제를 운송하는 수송설비에 자동온도기록장치를 설치하고, 관련 기록을 2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된 규칙이 적용되며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유통업체가 인슐린 운송을 꺼리게 된 것. 유통업계에서는 콜드체인 구축에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가운데 1형 당뇨 환자들은 기존 인슐린을 취급하던 약국에서조차 인슐린을 구할 수 없는 현상이 빚어졌다.
인슐린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1형 당뇨병 환자의 불편이 늘자 식약처는 인슐린에 한해 ‘생물학적 제제 등 유통온도관리 강화제도’를 6개월 연장했다. 계도 기간 연장을 통해 인슐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환자의 인슐린 구입 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준비 기간을 부여하는 조치다.
그럼에도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회장은 “환우회는 작년 12월부터 해당 법 시행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며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며 “식약처는 6개월의 추가 계도 기간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는 환자단체에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우회는 식약처에 △의약품 유통업계의 구조를 개선하고 특정 규모의 유통업체에서는 인슐린을 공급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 △시도 단위나 지역의 면적, 인구수 등에 비례하여 인슐린을 취급하는 거점 약국을 만들고 거점 약국의 목록을 환우회에 공유해 줄 것 △일반적인 생물학 제제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슐린에 대한 자동온도기록장치 의무화 등급을 나누고 좀더 완화된 조건으로 유통하여 인슐린을 유통하는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인슐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지난 7월 말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재고가 있었음에도 시스템에 재고를 제대로 입력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시스템에 재고를 제대로 기록하면 주문이 폭주하는데, 배송할 능력이 없어 재고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약국에서는 공유시스템에서 재고를 확인하더라도 기존 거래하던 의약품 유통업체가 아니면 인슐린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유통업체와 다시 계약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환우회는 성명서를 내는 한편, 1형 당뇨병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인슐린 취급약국 병원정보 지도 맵’을 만들어 인슐린 재고가 있는 약국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계도 기간 이후 인슐린 취급 약국의 수가 줄어들까 우려를 표하는 환자들이 많다.
김미영 회장은 “이미 2차례 계도 기간을 가졌음에도 식약처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제제 등 유통온도관리 강화제도’는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7일에 적용된다. 이 기간 식약처는 인슐린 공급 효율화를 위해 제약사·한국의약품유통협회·대한약사회와 협력해 ‘인슐린 보유 도매상 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 이는 식약처가 제약사·한국의약품유통협회로부터 인슐린을 보유한 도매상 정보를 받아 대한약사회에 주기적으로 전달하고, 대한약사회는 일선 약국에 해당 정보를 전파해 약국의 원활한 인슐린 구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함께 계도 기간 동안 유통업계의 인슐린 배송 횟수 변화, 수송설비 구비 여부 등 제도 적용을 위한 준비상황을 주기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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