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원전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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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겠다며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편성한 예산 역시 30조원대다.
미국 나사는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역사상 최강의 발사체로 꼽히는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도 총 230억달러(약 30조원)가 투입됐다.
30조원은 기업과 국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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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삼성전자가 최근 본격 가동을 시작한 매머드급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 3라인을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이다.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겠다며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편성한 예산 역시 30조원대다. 미국 나사는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역사상 최강의 발사체로 꼽히는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도 총 230억달러(약 30조원)가 투입됐다.
30조원은 기업과 국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한국전력은 이 30조원을 단 1년 만에 날리게 됐다. 지난 3분기까지 한전이 기록한 누적 적자는 21조8342억원으로, 증권가는 한전이 4분기에 9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35조~40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역대 최악의 적자다.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탈원전 정책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수급이 안정적인 원전 대신 비싸고 불안정한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늘렸다. 비용이 늘어난 만큼 전기요금을 올렸어야 했지만, ‘탈원전 하더니 결국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비판이 두려워 요금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깎아줬다. 그 결과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전이 쏟아낸 대량의 회사채는 자금시장을 교란시켰다.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수십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에 더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가 닥쳤을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국가적 체력까지 실종시켰다.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마다 정부가 조금씩이라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기업과 가계가 그에 맞춰 사용량을 조절하고 향후 추가적인 요금 인상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원전 없이도 싸게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기극에 국민들은 위기 적응력을 잃어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사이 해외 다른 국가들은 꾸준히 전기요금을 조정해 시장에 신호를 줬다. 작년 초부터 올해 6월까지 주요 국가들의 주택용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미국은 21.5%, 독일은 43.3%, 영국은 89%, 이탈리아는 106.9%씩 인상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원가는 요금에 반영해 절약을 유도하되 취약계층에는 별도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 경제계의 중론”이라며 “이에 OECD 대부분 국가의 전력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와 이에 따른 시장 혼란 등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은 이제 시작이다. 자고 일어나면 대출 금리가 올라있고, 매주 장보는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은 30조원 이상의 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기업, 국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돈이 역으로 위기 속 국민 생활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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