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의도 없이”...親野매체 희생자 명단공개 ‘2차가해’ 논란 확대

우제윤 2022. 11. 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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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등 참여 급조 매체 ‘민들레’, 희생자 155명 명단 공개
주호영 “유가족 동원해 정치적 도모...따르는 법적 책임 져야”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가 유가족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유가족 동의 없는 공개에 대해 윤리적·법적 논란이 따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4일 온라인 매체 ‘민들레’는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매체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청담동 술집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정치인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매체다.

민들레는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서울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한국 언론도 과거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이천 냉동창고 화재, 세월호 침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 성별, 안치 병원 및 장례식장, 때로는 소속 학교와 직장까지 명단으로 보도해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유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결국 야권 매체가 명단 공개를 강행하자 비판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 유공자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사생활·사적 정보 문제와 관련 있는데 유족 대부분이 공개 원하지 않는 걸 누가 함부로 공개했는지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떻게든 유가족을 동원해서 뭔가 정치적 도모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자꾸 저런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며 “거기에 따르는 법적 책임 있다면 법적 책임 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법적 책임을 언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라고 보장해줘야 하는가?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고 맹폭을 퍼부었다. 이어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설계했던 것은 민주당”이라며 “지금은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유족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은 온라인 매체와 민주당은 즉각 유족께 사과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지키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의사 출신 보건학자인 김승섭 서울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의 생존자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하셨지만 응하지 못했다며 “그날밤 이태원을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어떤 포스팅도, 기고글도 쓰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유가족으로부터 모두 동의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들의 이름을 공개하겠다는 언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멈추셨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또 “참사를 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크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약 그 공개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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