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기쁨, 공익신탁을 통해 누리자

[머니디렉터]장주리 신영증권 헤리티지사업부 세무사

기부만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문화가 있을까?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만큼 따듯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큰 기업이야 재단을 직접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작은 회사나 개인은 기부사업에 대한 의사는 있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또 예전엔 기부한 걸로 끝이었지만 이제는 기부한 돈이 목적에 맞게 바르게 쓰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공익신탁은 기부사업의 독립적 운영을 위해 신탁관리인과 법무부장관에 의한 감독규정을 둬 기부자의 염려를 덜어주는 성숙한 기부문화다. 공익신탁은 기부자가 수탁자(금융기관)에 재산을 맡기고 이를 운용해 나온 수익을 장학, 구호 등 자신이 원하는 공익사업에 쓰도록 한 제도다. 실제 장애청소년 복리를 위한 공익신탁 등 기부자가 설정한 다양한 목적의 공익신탁이 있다. 법무부는 기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익신탁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국가는 다음과 같은 조세혜택을 지원한다.

첫째, 재산소유자가 그 재산을 공익법인 등에게 생전에 출연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을 출연 받은 공익법인 등은 증여세가 면제된다.

둘째, 재산소유자가 유증 또는 사인증여를 통하여 공익법인 등에 출연하거나, 상속인이 재산을 상속받아서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출연하는 경우에도 그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가 면제된다.

셋째, 공익법인 등의 이익에 대한 법인세도 비과세 된다.

넷째, 출연재산에 대해 기부금으로 인정돼 기부금 필요경비산입 및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세제상 이점이 있는 반면, 공익법인 등에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공익법인 등을 이용해 상속세 및 증여세를 회피한 후 우회적으로 내국법인을 지배하는 등 공익법인을 지주회사화 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주식의 보유 및 취득에 제한비율을 두고 있다.

출연제한비율은 일반 공익법인 등은 10%, 출연 받은 주식 등의 정관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선·장학 또는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 등은 20%,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 관계에 있는 공익법인 등은 5%다. 그러므로 출연제한비율을 초과해 주식 등을 출연하는 경우에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또 조세회피방지를 위해 강화된 의무지출제도인 여섯가지 사후관리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사후관리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상속세·증여세 또는 가산세가 추징될 수 있다. 즉 세금 회피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고 본래의 목표에 맞게 사용되도록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을 두고 있으니 이를 면밀히 살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국가의 이러한 제재들이 과도하여 공익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주식 출연 및 취득에 대한 규제 비율이 까다로워 선의를 가진 기부자의 기부 의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문제가 있다. 또 복잡한 사후관리 규정에 따라 공익사업에 세무, 법무 전문가를 두지 않으면 규정을 지키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공익사업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식 출연, 취득,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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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리 신영증권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