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재미는 콜! 감동은 글쎄?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11. 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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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제작진이 대작물 감정의 빌드업을 포기하고 선택한 것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월화드라마 <커튼콜>은 첫 회부터 한국전쟁 피난민의 대이동을 보여주면서 대작 시대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어어, 하는 사이에 시대극의 커튼이 다시 올라가고 배경이 바뀐 드라마는 현대물로 돌아온다.

<커튼콜>은 이처럼 계속해서 재빠른 전환을 보여준다. 그 전환 속에 여러 가지의 극적인 드라마들이 섞여 있다. 초반의 대작 시대물부터 가벼운 코믹물이나 로맨스 분위기, 거기에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짜' 주인공 서사까지 섞여 있다. <커튼콜>은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와 낙원호텔 총수로 성공한 기업가가 된 자금순(고두심)의 손주 찾기 이야기다. 하지만 진짜 손주는 범죄자여서 자금순의 오른팔 정상철(성동일)은 가짜 손주를 내세운다. 가난한 연극배우 유재헌(강하늘)이 자금순의 가짜 손주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커튼콜>이 한국전쟁 대작 분위기를 금방 셔터 내리고 가벼운 현대물로 변신하는 게 제작비 절감의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이 많은 서사를 촘촘하게 짜려면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주말극 정도의 볼륨은 되어야 한다. 사실 <커튼콜>은 묘하게 1990년대 깊이 있는 감동 드라마의 정서를 머금고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커튼콜>의 제작진은 대작물 감정의 빌드업을 포기했다. 대신 지금의 대중이 좋아하는 '요약본' 보기 전개 방식을 택한다. 그렇기에 <커튼콜>의 전개는 칼국수 면발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수제비 반죽 뜯듯 뚝뚝 끊기는 감이 있다. 다만 각각의 장면이 집중도가 높고 많은 스타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그 끊기는 순간이 그리 거북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커튼콜>은 이 방법으로 감동 드라마부터 로맨틱코미디, 기업의 암투까지 다양한 재미의 요리를 뷔페식으로 선보인다.

또 <커튼콜>에는 드라마를 휘어잡는 수많은 주조연 스타들이 모여 있다. 일단 KBS <동백 꽃 필 무렵>에서 모자지간으로 나왔던 고두심과 강하늘은 <커튼콜>에서 할머니와 손주로 만났다. 또 하지원은 자금순의 손녀이자 과거 자금순 역할로 등장하면서 극의 중심을 끌어간다. 여기에 유재헌과 배동제(권상우)와의 삼각관계까지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유재헌의 연적 배동제로 나오는 권상우는 어떤 드라마에서든 로맨스의 단맛과 짠맛을 내는 데 재주가 있다. 여기에 유재헌의 가짜 아내 서윤희는 영화 <기생충>과 tvN <방법>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정지소다. 더불어 명품조연의 대표격인 성동일과 MZ세대 '또경영' 같은 최대훈까지 있으니 드라마는 평범한 전개에도 굉장히 화려한 느낌을 준다.

당연히 <커튼콜>은 재미가 없기 힘들다. 다만 그것이 드라마적인 재미보다는 말 그대로 요약본을 보는 재미에 더 가깝기는 하다. 어, 유명한 스타들이 나와서 이런저런 장면의 연기를 하네,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감각적으로 느끼기에는 <커튼콜>에는 진짜와 가짜, 시대의 아픔. 생의 마지막 등 감동 드라마의 코드가 다양하게 들어가 있다.

허나 서사의 빌드업을 포기하고 요약본 전개로 진행되면서 <커튼콜>은 시청자와 이런 감동의 공감대를 쌓기는 약간 부족해 보인다. 대신 <커튼콜>은 드라마의 감동을 다른 식으로 공급한다. 일단 그리움과 고통이 담긴 표정만으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터뜨리는 고두심의 호연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감동을 느끼기 전에 빨리 감동하라고 웅장하게 깔리는 BGM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커튼콜>의 약점을 노출 시키고 있다. 재밌지, 그런데 감동도 있어, 감동도 있는데 생략했으니까, 음악으로 대신할게. 이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야기가 쌓은 감동 위에 감동적인 BGM이 깔려야 의미가 있다. 인간은 청각이나 시각의 자극보다, 스토리텔링이 천천히 시냅스를 흔들고 어느 순간 눈물샘을 건드릴 때 왈칵 마음의 홍수가 터지는 동물이기에.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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