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여행 예능, 잠든 여행 세포 깨울까

임지선 기자 2022. 11. 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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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트립2’ ‘…킬리만자로’ 등 해외 여행 소재 예능 속속 등장
코로나 팬데믹 동안 달라진 여행지 정보 알려주거나 생고생 다뤄
기존 예능과 차별화 적고 여행 심리도 아직 꽁꽁…시청률 1~2%
KBS 2TV <배틀트립2>의 한 장면. KBS2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가까이 중단됐던 해외여행 예능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여름 tvN의 <텐트밖은 유럽>을 시작으로, KBS 2TV의 <배틀트립2>도 지난달부터 방영됐다. 쏟아지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코로나 기간 동안 잠든 여행 세포를 깨울 수 있을까.

KBS 2TV <배틀트립>은 연예인이 짜는 여행 일정 대결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로 2020년 4월 중단된 지 2년6개월 만인 지난달 돌아왔다. 다시 시작된 <배틀트립2>의 첫 번째 여행 대결 장소는 베트남 다낭·호이안과 태국 방콕·파타야였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다운 대중적인 여행지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곳이다보니 코로나 이후에 달라진 여행 정보를 중심으로 담았다. 베트남 호이안에서 홍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예전에는 무료였지만 이젠 소액이라도 돈을 내야 한다는 등의 ‘깨알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출연진은 ‘2022년판 최신 여행 정보’라고 했다.

KBS 2TV <배틀트립2> 포스터

<배틀트립2> 이정욱 PD는 “코로나 장기화로 해외여행 갈증이 커지고 있는데 대중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를 고르고 싶었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태국 방콕과 베트남 다낭이 1위로 나왔다”면서 “친숙한 여행지에서 바뀐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겨 깨끗하게 복원된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MZ세대 여성들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른 등산을 소재로 만든 여행 예능도 있다. tvN에서 지난달 말 시작된 <인생에 한번쯤, 킬리만자로>에는 1, 2, 3세대 여성 아이돌인 윤은혜, 유이, 효정이 출연한다. 배우 손호준은 유일한 남성 출연자다. 이들은 지난여름 국내에서 고도 적응 등 기초체력 훈련을 한 뒤 100여명의 촬영팀과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향했다. 고도 5895m의 킬리만자로, 아프리카의 초원과 얼룩말, 톰슨가젤, 품바 등 야생 동물과 마주하고 고산병을 겪는 모습은 <정글의 법칙>의 또 다른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윤은혜는 킬리만자로로 향하는 산장에서도 백숙을 끓인다. 초보 산악인 4명이 고산병을 극복하고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함께 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tvN의 <인생에 한번쯤 킬리만자로> 포스터

비행기를 타기 쉽지 않았던 올 초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현지인들이 ‘톡파원’이 되어 현지인들의 숨은 여행지를 소개해온 JTBC의 <톡파원 25시>도 직접 비행기를 탔다. 최근 MC 이찬원이 태국을 여행하면서 태국의 핫플레이스로 뜬 ‘아이콘 시암’이라는 쇼핑몰을 찾은 내용을 방송했다.

지난달 말 시작한 SBS <찐친 이상 출발, 딱 한번 간다면>은 호주 퀸즐랜드로 향했다. 엑소 수호와 이상이·이유영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연예인 4명이 뭉쳤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알콩달콩 어울리는 젊음을 보여주고 있다. MBC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여행 예능을 다음달 방송한다. 기안84,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남미로 떠났다.

김태호 PD가 만든 <부루마불 세계여행>. 유튜브 채널 ‘TEO’ 캡처

MBC 퇴사 이후 제작사를 만든 김태호 PD도 여행 예능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연예인이 아닌 여행 전문 유튜버들과 현실판 ‘부루마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부루마블은 주사위를 굴려 세계 주요 도시를 방문하고 랜드마크를 세우는 게임이다. 김 PD는 지난달 20일 공개된 예고편에서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가 각자 주사위를 굴려 걸린 도시를 방문해 여행 콘텐츠를 찍어오고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 1위를 기록한 여행 크리에이터에서 우주 여행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부루마불 세계여행’은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가 보드게임판을 직접 설계했다. 이들은 일부 동남아시아 인기 여행지가 너무 많이 나와 더 이상 재미있게 찍을 게 없다며 ‘벌칙’ 도시로 넣었다. 국제 종자 저장고가 보관된 북유럽 스발바르처럼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가고 싶은 장소로 추가했고, 진짜 게임과 비슷하게 ‘무인도’도 게임판에 넣었다. 계획적이지 않아 보이는 여행 전문 유튜버들과의 방송은 다음달 ‘TEO’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다.

다만 이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대체로 시청률이 1~2%대에 머무르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가기는 하지만 해외여행 심리가 예전처럼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 요인이다. 튀는 콘셉트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일부 프로그램은 식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도 제작진이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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