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美 정치지형 중대 변화와 尹정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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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는 공화당 압승을 의미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 예측을 뒤엎고 초박빙의 승부로 끝났다.
상원은 네바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0.7%P의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 후보를 이기면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 자리를 지키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4명의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endorse)하면서 유세 현장을 휘젓고 다니자 '반트럼프'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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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 前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지난 8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는 공화당 압승을 의미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 예측을 뒤엎고 초박빙의 승부로 끝났다. 상원은 네바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0.7%P의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 후보를 이기면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 자리를 지키게 됐다. 하원은 공화당의 탈환이 유력하지만, 차이가 10석 안팎일 것으로 전망돼 민주당이 나름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불리한 데다,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민심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선거 당일 CNN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73%가 현재 미국의 상태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긍정 평가는 25%에 그쳤다. 퓨리서치센터도 79%에 달하는 유권자가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를 꼽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수 이상의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고, 집권 민주당을 중간선거 심판대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화당의 ‘경제심판론’에 맞서 민주당이 내세운 ‘민주주의 위기론’은 중도유권자들의 민심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공화당의 대승을 저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4명의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endorse)하면서 유세 현장을 휘젓고 다니자 ‘반트럼프’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중간선거의 흐름이 ‘반바이든’에서 ‘반트럼프’ 정서로 바뀌면서 판세가 뒤집혔다는 것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뉴욕, 위스콘신 등에서 ‘친트럼프’ 성향의 상원·주지사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자 미국 주요 언론은 ‘트럼프 책임론’을 대서특필했다. 예상외의 부진을 겪으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대선 때 트럼프를 자문했던 데이비드 어번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따라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의 의미는 우선 바이든이 조기 레임덕 현상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선 재대결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데 둘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든은 그냥 인기가 없어서, 그리고 트럼프는 상대 진영인 민주당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가장 확실한 도구로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탈트럼프’ 대선 전략은 트럼프에 대한 각종 수사가 진행되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때마침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행보에 전통 공화당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대선 경쟁자이자 백악관을 탈환할 공화당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미국 상·하원을 어느 당이 석권하느냐보다 이런 정치지형의 변화, 특히 차기 대선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디샌티스 같은 유력한 대권 주자와의 관계를 미리 잘 관리해 대통령이 되더라도 김정은과 ‘정치쇼’나 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트럼프의 과실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을 정부에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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