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산금리 1% 더 주더라도...사무라이·캥거루본드 쫓는 까닭은

2022. 11.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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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기관들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채권)에 이어 캥거루본드(호주달러표시채권) 발행에 나서는 등 자금 확보를 위한 틈새 시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난 데 반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축소 등을 권고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돈 끌어모으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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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 막혀 자금조달 애로
이종통화 외화채로 다각화 절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국내 금융기관들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채권)에 이어 캥거루본드(호주달러표시채권) 발행에 나서는 등 자금 확보를 위한 틈새 시장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난 데 반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축소 등을 권고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돈 끌어모으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리와 달러가치가 동시에 오르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투자처가 절실해진 때문도 있다. 엔화와 호주달러 등 이종통화는 달러채 대비 상승 속도가 느리다.

▶킹달러·고금리 겹친 달러채 대신 새 투자처=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발행한 공모 외화채는 약 5조3000억원 규모다. 시장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2분기 이후 발행된 다섯 종류의 외화채 중 달러채는 두 곳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5억유로(6800억원)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4억달러(3500억원) 규모의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했으며, 지난달에는 32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특히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후 뚝 끊겼던 사무라이본드는 지난달 신한은행과 현대캐피탈이 나란히 공백을 깼다. 일본은 기준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고 환율 상황도 나쁘지 않아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양국 간 정치적 기류가 달라진 점도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리기에 우호적이다.

국내 시장이 막히고 달러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은행들의 이종통화 외화채 발행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조치로 은행채 발행이 적어도 2023년도 1분기까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85%로 완화됐지만 결국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하고, 기본적인 만기 차환 등의 자금은 필요하기 때문에 외화 채권밖에는 조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물 투자 심리 악화...비용 더 줘야= 문제는 조달 비용이다. 신한은행의 캥거루본드 발행은 3개월물 호주달러 스와프금리(BBSW)에 가산금리 19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됐다. 올해 초 발행한 채권 가산금리가 90~100bp로 책정된 것을 고려하면, 리스크 비용이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금리를 더 주지 않으면 투자자 모집이 안 된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통상 채권 발행을 위한 맨데이트(mandate) 발표 후부터 발행까지 1주일 안팎이 걸리지만, 최근 들어서는 2주 이상 소요되는 상태다.

실제 최근 달러채의 대체제로 취급되던 호주 시장도 ‘차이나 런(중국의 투자자 이탈)’ 현상이 발생하며 시장 경색이 가중되고 있다. 캥거루본드의 경우 아시아 기관 투자 비중이 높은데, 하나은행은 지난달 캥거루본드 발행을 추진하며 가산금리를 100bp 초중반대로 제시해 투자자 모집에 고배를 마셨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흥국생명 콜옵션 미이행 발표 이후에 적어도 50~70bp의 리스크 비용이 가중되고 있다”며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물 외화채에 대한 투자 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해외 채권 발행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와 꽤 높은 수준으로 올라온 외화채 금리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내 조달이 힘들다고 해서 무작정 해외 채권의 문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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