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강화 논의 급물살 타나 [FTX사태 파장]
여야 관련법안 발의...연내 합의 가능성
세계 3위였던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최대 500억달러(약 66조원)의 부채를 남긴 채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파산 신청 다음날 6억달러(약 8000억원)어치가 넘는 가상자산이 승인 없이 유출되는 일이 벌어지며 해킹 가능성까지 제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에서 FTX를 이용하는 1만명의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달 FTX 앱 국내 월 이용자 수(MAU)는 1만140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법인과 기관투자도 가능했던 만큼 개별기업 투자 가능성도 남아 있다. FTX에 가상자산을 상장한 업체들의 피해 가능성도 크다. 게임업체 컴투스그룹은 자사의 가상자산 C2X를 FTX를 통해 상장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출렁임에 따라 간접적인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훨씬 더 많다. FTX 사태 직전 장기간 2만달러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1만6000달러까지 급락했다. 22달러 선을 유지하던 FTT는 10분의 1수준인 2달러로 주저앉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FTX처럼 자체 토큰을 발행해 유통할 수 없고, 고객이 예치한 원화는 물론 잔고에 보유한 토큰을 회사 자산과 엄격히 분리해 보관하고 있는 만큼 비슷한 사태가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들은 애초 국회에서 나온 가상자산 관련법안이 산업진흥에 대한 언급없이 규제 일변도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위기였지만, FTX 사태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위기를 맞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디지털자산 공동협의체(DAXA) 소속 거래소에도 FTX 자체 토큰 FTT가 상장돼 있어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자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안을 동시에 내놨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장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자본시장법에 준해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자 투자금 보호를 위해 이용자 자산을 분리 보관하고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해 보험 또는 공제가입, 준비금 적립을 의무화했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선 자본시장법과 같은 수준의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에 시장 감독과 검사 권한을 부여하고 법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처분권한도 명시했다. 윤 의원 법안에는 금융위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시장 관리와 감시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애초 국회는 규제와 진흥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준비했지만 테라·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FTX의 파산 신청으로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가이드라인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외 경계가 희미한 가상자산 특성상 해외사례를 투자자보호와 거래소 규제의 바로미터로 삼을 수밖에 없어 연말 이전에 투자자보호에 방점을 찍은 법안에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CNBC는 익명을 요구한 한 의회 보좌관을 인용해 “하원 금융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D-캘리프 의원은 의회 차원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뱅크먼-프리드 전 CEO를 의회로 부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윤호 기자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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