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모정’ 2주 단식해 입속서 부화…사라진 새끼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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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고기가 알을 낳고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에 사는 시클리드라는 민물고기 상당수는 수정란을 입에 넣은 채 새끼가 깨어나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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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시클리드, 입속 알 부화해 자랄 때까지 2주 동안 먹지 않아
몸속 유해산소 쌓이면 일부 새끼 포식해 항산화 물질 보충 드러나
새끼의 40% 포식, “생존해 다음 번식 이어가는 게 이익”
모든 물고기가 알을 낳고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에 사는 시클리드라는 민물고기 상당수는 수정란을 입에 넣은 채 새끼가 깨어나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보호한다.
그러나 여러 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이 축나면서까지 새끼를 돌보는 시클리드의 ‘모성애’에는 자식 포식이라는 냉혹한 생존의 논리가 관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이크 사웨키 미국 미시간 주립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탕가니카 호와 주변 하천에 서식하는 시클리드 종인 ‘아스타토틸라피아 부르토니’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미는 입에서 기르던 새끼의 평균 40%를 잡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부화와 양육에 따른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물고기의 수컷은 화려한 혼인색으로 암컷을 산란장으로 이끈 뒤 암컷이 알을 낳아 입에 넣고 수컷에게 신호를 보내면 입안의 알에 방정해 수정시킨다. 암컷은 이 알이 부화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때까지 2주 동안 입안에서 보호한다.
이 기간에 암컷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뿐더러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는다. 연구자들은 암컷이 어떻게 육아로 인한 손상을 견디는지 조사하다 새끼가 하는 특별한 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암컷 31마리에는 알을 25개씩 넣고 다른 암컷 32마리에는 알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알이 깨어나 새끼가 자라는 과정에서 암컷의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구강 부화 어미의 간에서 측정한 디엔에이 손상이 새끼를 기르지 않는 물고기보다 2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런 손상이 부화와 육아 과정에서 어미 몸에서 유해산소로 인한 스트레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처음 부화와 육아 과정에서 고갈됐던 항산화 물질이 실험 막바지에는 육아를 하지 않은 어미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기간 동안 계속 줄어든 새끼의 수가 그 비밀이라고 밝혔다. 실험 결과 새끼가 많이 사라진 어미일수록 항산화 물질 농도가 높았다.
다시 말해 산화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어미일수록 더 많은 새끼를 잡아먹은 것이다. 실험에서 어미 시클리드는 평균 새끼의 40%를 포식했는데 어미 31마리 가운데 29마리가 이런 행동을 나타냈다. 새끼의 일부는 어미에게 항산화 물질의 공급원이었던 셈이다.
주저자인 사웨키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어미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자식을 잡아먹는다는 건 직관에 어긋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새끼를 먹으면 자기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한다”며 “그러나 자녀 포식으로 항산화 능력을 높이면 살아남아 몇 달 뒤 다시 번식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는 행동은 자연계에선 꽤 흔해 어류는 물론 조류, 곤충,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에서 보고돼 있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의 의미는 산화 스트레스가 (자녀 포식을 하는 동물의) 생활사에서 주고받기를 매개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Biology Letters, DOI: 10.1098/rsbl.2022.03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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