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타이거가 돼라" 감사원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자신이 개발한 감사기법 '타이거'로 핵심들 요직 배치
공무원 상대 감사원 감사는 검찰.경찰 수사와는 달라
준타이거, 진타이거 줄서기 한편에 쌓이는 불만
"마지막 보직이다"라지만 끊이지 않는 총선 출마설
정쟁의 중심에 놓인 감사원, 타이거가 부메랑이 될 수도
가히 유병호 시대다. 1963년 감사원이 설립된 이후 18명의 감사원장이 거쳐갔지만 사무총장이 주목받던 시절은 없었다.
25대 최재해 감사원장이 버젓이 있지만 감사업무는 물론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에서도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더 큰 무게가 실린다.
지난 6월 임명된 유병호 사무총장은 8월말 과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부임 이후 단 2개월 만에 감사원을 단번에 장악했다.
유 총장은 각각 30여 명과 70여 명에 이르는 국과장급 핵심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배치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최종 인사권자이지만 유병호 사무총장의 위세가 최 감사원장을 능가한다는 말은 감사원 내에 주지의 사실이다.
유병호 총장에게도 좌천인사로 인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유 총장은 공공기관감사국장이던 2020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대한 감사를 주도했다.
감사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고 올해 1월 갑자기 감사연구원장에 임용돼 좌천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병호 총장의 감사 방식은 감사원의 일반적인 감사 방식과 유난히 달라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감사원 감사는 검경의 수사와 달리 공무원들에게 모욕을 주거나 저인망식으로 압박하는 감사는 금물로 여겨진다.
그런데, 유병호 총장은 '불도저'라고 불릴 정도로 공직자들을 거칠게 몰아붙이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역대 감사원장들이 유병호 총장의 감사 방식에 부담을 느껴 요직에 기용하기를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태 감사에 나섰던 직원들이 봐주기 감사를 했다며 지난 7월 5명을 직위해제하고 감찰에 나섰다. 그러자, 과장급을 포함한 3명의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들 직원들은 거꾸로 유병호 사무총장이 감사 규정을 위반했다며 거꾸로 유 총장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양측에 대한 감찰은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거친 감사방식으로 유명한 유병호 사무총장을 처음 요직에 발탁한 사람은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원전 감사가 오랫동안 난항을 겪자 유병호 총장에게 감사를 맡겼다.
그러나, 최 원장도 나중에는 유병호 국장의 거친 감사방식을 놓고 공직 사회는 물론 감사원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오자 감사연구원장으로 발령냈다는 해석이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타이거(TIGER)가 돼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낸다고 한다.
'타이거'란 유 총장이 고안했다는 감사 기법으로 Training(훈련), Intuition(직관), loGic(논리), Evidence(증거), Reasoning(추리)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단어다.
유 사무총장이 낙점한 타이거는 당초 6명이었지만 지금은 15명 정도로 늘었다고 한다.
유 총장은 이른바 자신의 직계인 타이거들을 감사원 내부 요직 곳곳에 배치하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등을 맡겼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특별조사국장과 특별조사1과장, 산업금융감사국장을 대표적인 타이거로 지목하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퇴근 후에도 이들 타이거들과 자주 자리를 가지면서 "용맹한 타이거가 돼라"고 자주 당부한다고 전해진다.
이들 타이거들은 코레일에 공공기관 직원 7천여명의 KTX 이용 내역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도로공사에는 하이패스 내역, 국세청에는 강연료 등 기타 소득자료를 요구하는 등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유 총장이 부임하자마자 감사역량이 부족하다며 고위 간부들에게 정신무장이 필요하다며 일제히 재교육을 보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 내부 한쪽에서는 불만과 공포가 쌓이고 한쪽에서는 자연스럽게 유병호 사무총장은 물론 핵심 타이거들에게 줄서는 풍토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진타이거' '준타이거'라는 파생어까지 등장하는 등 감사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감사원 일부 직원들은 "설립 60년 동안 원 분위기 이토록 흉흉한 적이 없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유병호 총장의 이런 독주와 전횡을 최재해 감사원장이 적절히 통제해주어야 하는데 최 원장의 존재감이 없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감사원 주변에서는 최 원장이 아들 2명을 해외에 유학시키는 등 경제적 사정이 여유있지 못해 '생계형 원장'이라고 꼬집고 있다.
감사원이 검찰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지난달 13일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결과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발표한데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감사결과를 수사기관에 요청할 때는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내용을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인데 유 총장이 이를 공개한 것은 규정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평소 "사무총장이 내 마지막 보직이다. 나는 2년 뒤에 나간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주변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유 총장이 내후년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진주 대아고 출신인 유 총장이 진주에 국힘의힘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공직 퇴임 뒤에 정치적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감사원 사무총장이 정쟁과 진영논리의 한복판에 서있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의 공직기강 바로잡기와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에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과 방식이 공직사회를 탈탈 탈고 감사원 내부 분위기를 망치면서 진행되는 것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권력은 돌고돈다. 한국정치는 권불오년이라는 말도 있다.
감사원 전체 직원은 1100여명에 이른다. 감사원에 지금 '타이거'보다는 '타이거'가 아닌 직원들이 훨씬 많다. 타이거가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게 권력의 생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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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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