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도 부진하겠지만…엔비디아, 데이터센터·車 `희망가` (영상)
"게이밍 극도로 부진…데이터센터와 오토모티브는 호조세"
`A800` 그래픽칩 개발…대중국 수출 규제 파고 넘어설 듯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업체인 엔비디아(NVDA)가 오는 16일에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2분기에 이어 이번 3분기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에 기대를 거는 월가 투자은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첨단 주행보조시스템 보급 확대로 인해 데이터센터와 오토모티브부문에서의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월가는 엔비디아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을 0.71달러로 점치고 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0%나 줄어든 것이다. 매출액은 58억달러로 전망하면서 전년동기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과 EPS가 모두 전년동기대비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출액은 회사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당초 전망했던 69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낮아진 59억달러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게이밍부문에서 타격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전체 매출의 25%를 벌어 들이는 중국에서의 사업 부진도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영위하는 4대 사업부문 중에서는 게이밍과 전문가용 디자인 시각화 솔루션인 프로페셔널 비주얼라이제이션(Professional Visualization)부문 실적은 부진한 반면 데이터센터와 오토모티브에서는 호조를 보이는 대조적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3분기 중 게이밍부문에서는 게임과 가상자산 채굴기에 들어가는 칩 수요가 부진했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2분기의 경우 게이밍부문 GPU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하고 전기대비 44% 감소했는데, 이는 거시경제 역풍으로 인해 유통채널 파트너들의 매출이 줄어든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흐름은 3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게이밍부문 매출 전망치는 14억달러로, 전년동기의 32억2000만달러에 비해 56.6%나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페셔널 비주얼라이제이션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4%, 전기대비 20%나 급감하면서 모바일부문에서의 매출 증가를 갉아 먹었던 이 부문은 거시경제 역풍으로 인해 3분기에도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GPU 매출이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프로페셔널 비주얼라이제이션 매출은 3억68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6.2%, 전기대비 25.8%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출근과 원격근무가 병행되는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이 늘어나고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채택이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사업 호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그나마 3분기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기대된다. 3분기 데이터센터부문 매출은 39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3.2%, 전기대비 2.7% 각각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 중 3% 정도밖에 안 되지만, 오토모티브부문은 매출이 2억39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7%, 전기대비 8.6% 각각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개 분기 중 4차례나 성장세를 보였던 이 분야에선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솔루션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덕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월가는 더 이상 엔비디아를 게이밍부문을 중심으로 보지 말고, 매출 비중에서 게이밍부문을 이미 앞지른 데이터센터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하쉬 쿠마르 파이퍼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11일(현지시간) 내년에도 엔비디아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사업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으로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현 주가대비 25% 정도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부문 매출이 3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4분기에도 이 부문에서 매출 성장세가 전기대비 한 자릿수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3%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AMD가 예상한 한 자릿수대 초반 성장률보다도 높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 실적 전망은 데이터센터에서의 성장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낙관하며 “엔비디아가 중장기적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더 잘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 “메타 플랫폼즈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엔비디아에게는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릭 셰퍼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도 중국으로의 반도체 칩 수출 규제와 PC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핵심적인 데이터센터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종전 250달러에서 225달러로 소폭 하향 조정하면서 “기업들의 경비 지출 축소로 인해 실적 전망치를 소폭 낮춘 것으로, 중국으로의 수출 규제는 좀더 시간을 두고 그 영향을 지켜봐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섀퍼 애널리스트는 오토모티브부문이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고성능의 운전자 보조시스템 채택이 늘어나면서 아직은 초기 단계인 자동차부문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이 부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6%, 전기대비 2%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제 엔비디아는 GPU 회사에서 최고의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아울러 그동안 엔비디아 주가를 억눌러 왔던 미국 상무부의 추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톤이 낮아졌다. 이는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그래픽칩 수출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수출이 가능한 ‘A800’이라는 새로운 칩을 중국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셰퍼 애널리스트는 “회사 경영진은 ‘H100’과 ‘A100’이 규제 대상이 되면서 4분기에는 데이터센터 매출에 4억달러 정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쿠마르 애널리스트도 “엔비디아가 A100을 대체할 A800을 내놓음에 따라 미국의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위협 받던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주가가 45%나 추락하면서 같은 기간 17% 남짓 하락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대비 초라한 수익률에 그치고 있는 엔비디아는 최근 한 달 간만 놓고 보면 엔비디아 주가는 40% 가까이 반등하면서 지수대비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CNBC 분석가인 짐 크레이머는 “아직까지는 지속 가능한 상승랠리라기 보다는 과도했던 공매도 물량이 숏 커버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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