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KT의 미래' 바꿀 IPO 전략, 시작부터 쉽지 않네
수요 부진에 첫 상장 추진 밀리의서재 철회
KT 계열 '미디어' 기업 가치 제고에 차질
'兆 단위' 대어 K뱅크 IPO도 부정적 영향
연임 도전 선언 구 대표에 최대 장애물로
계열사들의 상장을 통해 그룹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던 KT(030200)의 경영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구현모 KT 대표 취임 후 첫 IPO(기업공개) 주자로 꼽혔던 밀리의서재가 상장을 철회하고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 역시 코스피 입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투자업계는 KT그룹 계열사들의 잇따른 상장 추진에 고무됐다 일부 맥이 빠진 모습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밀리의서재는 지난 8일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밀리의서재는 유료 회원 약 90만 명을 둔 전자책 구독 플랫폼 회사다. 지난해 9월 KT의 손자회사인 지니뮤직에 인수되며 KT그룹에 편입됐다. 구 대표가 밀리의서재 성장 가능성과 KT 콘텐츠 계열사들과의 다양한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에 적극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KT는 밀리의서재 인수 이듬해인 올 해 5월 곧장 한국거래소에 밀리의서재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IPO 속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4~7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저조한 응찰로 결국 상장을 중단하게 됐다.
밀리의서재 IPO 철회는 KT그룹의 재무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밀리의서재 상장이 구 대표의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에 있어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KT의 고민은 만성적인 주가 저평가였다. 그간 KT는 주식시장에서 ‘통신사’로서만 부각돼 주가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2020년 3월 취임한 구 대표가 기업가치의 ‘저평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내세운 키워드가 ‘디지코’였다.
구 대표의 ‘디지코' 기업 전환 구상은 크게 △콘텐츠·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신사업 강화 △지주형 회사 전환 및 유망 계열사 IPO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일단 신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을 육성한 후 이들을 연이어 상장시킨다면 KT가 ‘통신사’가 아닌 ‘통신·금융·미디어·디지털 종합회사’로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구 대표의 비전이었다.
구 대표의 경영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KT는 지주형 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통신 부문을 떼어내고 미디어·콘텐츠, 금융, 디지털 전환(DX) 등 사업 부문별 중간 지주사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017670)과 인적 분할한 뒤 유망 계열사 IPO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했던 SK스퀘어(402340)와 비슷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밀리의서재 상장이 무산된 것은 KT 신사업의 한 축인 ‘미디어 콘텐츠’ 부문의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T의 미디어콘텐츠 부문 밸류 체인은 ‘원천 지식재산(IP)→콘텐츠 기획·제작→채널·방송→오버더톱(OTT)’ 형태로 짜여 있다. 여기서 밀리의서재의 역할은 ‘원천 IP’ 발굴이다. 밀리의서재의 도서 기반 오리지널 IP를 KT스튜디오지니가 드라마로 제작하고, KT계열 OTT인 티빙 등에서 이를 방영하는 식이다.
서영재 밀리의서재 대표가 지난 4일 IPO 기자 간담회에서 “공모 자금을 대부분 콘텐츠 소싱이나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쓸 것”이라고 밝힌 것도 KT의 원천 IP 확보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KT 입장에선 밀리의서재 IPO가 원천 IP 확보를 위한 재원, 나아가 미디어콘텐츠 부문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렛대로서 중요했다는 의미다.
밀리의서재와 더불어 KT그룹의 주요 IPO 주자로 꼽히는 케이뱅크도 증시 입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KT그룹은 밀리의서재를 시작으로 케이뱅크까지 연내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었다. KT클라우드·KT스튜디오지니·BC카드 등 다른 계열사들도 중장기적인 상장 후보군으로 꼽혔다.
그러나 목표 기업가치가 2000억 원대 안팎으로 비교적 작았던 밀리의서재마저 상장에 실패하면서 ‘조 단위 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의 IPO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성장주나 플랫폼 관련 공모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케이뱅크의 예상 기업가치는 7조~8조 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현재는 3조 원 초중반을 인정받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내년 초 IPO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상장 완료나 성공 여부는 KT그룹 다른 계열사의 IPO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케이뱅크의 IPO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구 대표의 연임 여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늦어도 12월 중순까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 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으로 IPO 시장이 침체된 것이지만 상장을 추진하던 KT 계열사들이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은 환경이라 KT그룹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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