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으로 시작해 주연 따내… ‘페기’는 현실에도 있다

박세희 기자 2022. 11.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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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화려하고 배우들의 의상은 빛난다.

지난 5일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여전히 경쾌한 탭댄스와 화려한 무대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지만 올해 공연에선 특히 여주인공 '페기 소여'에 더 눈이 간다.

시골 출신인 페기는 최고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왔지만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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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유낙원, 극중 역할 페기와 닮아

관객들도 두 사람을 함께 응원

사랑 대신 꿈 · 성장 스토리 집중

무대는 화려하고 배우들의 의상은 빛난다. ‘탁, 타닥, 탁’ 하는 탭댄스 소리에 관객들의 가슴도 덩달아 요동친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얘기다.

지난 5일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여전히 경쾌한 탭댄스와 화려한 무대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지만 올해 공연에선 특히 여주인공 ‘페기 소여’에 더 눈이 간다.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열정 넘치는 소녀 페기 말이다. 시골 출신인 페기는 최고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왔지만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우연히 극장 밖에서 화려한 탭댄스 실력을 선보이고 이를 본 줄리안은 그녀를 코러스 걸로 발탁한다. 이후 다리를 다친 여주인공 도로시를 대신해 여주인공으로 투입돼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극을 피날레로 이끈다.

실제로 ‘페기 소여’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 유낙원(사진)은 2018년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앙상블(조연 배우)로 뮤지컬에 데뷔한 신예다. 유낙원은 6일 자신의 첫 공연 무대에서 놀라운 탭댄스 실력을 선보여 관객들의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15세 때부터 탭댄스를 배워온 숨은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돌 출신의 스타 캐스팅이 주를 이루는 뮤지컬 계에서 앙상블로 시작해 주역을 따낸 사례는 희귀하다. 유낙원과 페기의 여정을 함께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이번 무대는 페기와 줄리안이 연인 관계로 발전함을 암시했던 이전 시즌들과 다르게 페기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과 성장에 더욱 집중한다. 둘의 키스 신도 빠졌다. 사랑 고백 연기를 어려워하는 페기를 줄리안이 강하게 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2018년 공연 이후 이 장면은 삭제됐다. 다른 동료들과의 연대에도 초점을 맞춘다. 다리가 부러져 공연이 불가능해진 도로시는 페기를 미워하면서도 응원한다. 다른 코러스 걸들도 페기를 질투하지 않고 한목소리로 “페기만이 프리티 레이디의 주인공 역을 할 수 있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페기를 데려오라고 줄리안의 등을 떠민다.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스타는 그렇게 탄생한다. 11월 5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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