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는 ‘콩의 마음’[주바리의 까칠한 味수다]
아무리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어느덧 갱년기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주바리는 평소 건강에 무척 관심이 많은 편. 아직은 주변 자매님들이 자주 고통을 호소하는 불면증, 안면홍조, 감정의 급변화 등 여러 가지 갱년기 증상을 느끼지는 않지만 남의 일 같지 않기에 가볍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강관리에 부쩍 신경 쓰고 있지요.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좋은 음식이 뭔지 검색해보니 바로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콩을 추천하더라고요.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화학적 구조가 유사하다고 해요. 그래서 폐경기 여성들이 겪는 힘든 증상들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까지 늦춰준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콩을 이용한 음식을 먹으러 가보기로 했습니다.
직관적인 작명의 콩요리전문점 ‘콩의 마음’은 영등포 타임스퀘어 지하 1층 식당가에 있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신상 맛집이랍니다.
콩, 두부, 비지 등을 이용한 이 집의 메뉴는 십여 가지 정도인데 메인 메뉴로 ‘콩 비빔덥밥’ ‘콩비지 돼지 김치찌개’ ‘한우 트러플 육회덮밥’ 등을 추천하고요. 사이드로 곁들일 수 있는 단품 요리로는 ‘두부 두루치기’, ‘콩 박힌 제육직화’가 아주 취향저격이더라고요.
시그니처인 ‘콩 비빔덥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체개발메뉴인데 칼칼하고 냄새 없는 청국 소스와 다양한 야채가 들어 있는 건강식이고요, 부드러운 콩비지에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의 맛깔난 컬래버가 돋보이는 ‘콩비지 돼지 김치찌개’가 더 인기 메뉴랍니다. ‘한우 트러플 육회덮밥’은 맛 좀 안다~하는 MZ세대들에게 특히 애정받고 있다네요. 보통 육회 비빔밥처럼 고추장 소스로 비비는 게 아닌 특제 간장소스를 넣기 때문에 재료 하나하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매력인 메뉴. 제가 맛본 모든 음식에서 조미료 맛은 느껴지지 않았고요. 칼칼하게 매운 것 빼고는 간이 세지 않아서 합격.
매운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두부 두루치기’ 안 먹고 가면 섭섭할 거예요. 보들보들한 두부에 깔끔하게 칼칼한 양념이 폭풍 젓가락질을 부르더라고요. 또 ‘콩 박힌 제육직화’는 불맛 제대로 입힌 제육에 콩과 야채가 섞여 있는데 쌈채소까지 함께 나오니 든든하고 영양 듬뿍인 한 끼로 제격이라는. 소반에 차려진 4가지 반찬도 깔끔하고 영양의 균형을 생각했다는 게 엿보이더라고요. 전체적으로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들 위주로 준비했더라는.
음식 맛의 기본은 ‘밥맛’이라는 주인장의 철칙 때문에 다른 식당에선 단가가 맞지 않아 쓰기 힘든 ‘철원 오대쌀’을 사용한다는 점도 이 집에 신뢰감이 가는 포인트 중 하나였어요. 또한 손님들의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위해 식전 샐러드까지 제공해준다는 점, 공깃밥도 무료로 추가해주는 인심까지…칭찬 거리가 정말 많았어요.
대부분의 메뉴는 1만1900원부터 가장 비싼 메뉴(한우 트러플 육회덮밥)가 1만5900원으로 부담 없어서 더욱더 좋았어요. 더구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런치스페셜로 9900원이라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착한 가격에 샐러드-메인-디저트까지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합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그제야 눈에 들어온 설명글에 또 한 번 놀랐는데 이 집은 테이크 아웃이 안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 이유인즉슨 1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포장구매가 안되니 배달 불가인 것은 당연. 큰 지구를 지키고 싶은, 콩처럼 작은 마음이지만 그런 마음들이 ‘콩알콩알’ 모이고 모이면 큰마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요.
참 가족 단위 손님에게 꿀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6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족 테이블에는 키즈메뉴 하나가 공짜라지 뭡니까. 대박~ 다자녀 혜택까지 주시는 사장님, 출산율 증가에도 힘쓰시는 모양ㅋㅋㅋ.
식사 후에 제공되는 디저트는 아메리카노, 홍차, 녹차, 핫초코로 선택의 폭도 넓어요. 특히 아메리카노가 대박인데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주인장이 직접 콜드브루로 내려 만든 것으로 원두는 케냐 AA를 사용하신다고. 무료로 주는 커피에 싱글 오리진을 사용한다니 이거 실화임? 제대로 숙성된 커피 맛이 어설픈 카페의 커피보다 오백배는 훌륭하더라고요. 식후 커피 한잔씩 꼭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커피값 굳었어요. 영등포 인근 직장인들 정말 부럽네요ㅎㅎ.
맛, 건강함, 가격까지 다 만족스러웠지만 ‘콩의 마음’의 딱 한 가지 흠은 타임스퀘어 지하 1층에서도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찾아갈 때 헤맬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구석에 콕 박혀있는 식당이지만 흙 속의 진주처럼 보물찾기하듯 맛보러 가보시길 강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가격까지 착한 데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이곳. 곰곰이 생각해보니 ‘콩의 마음’이란 바로 올곧은 ‘주인장의 마음’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현수 기자 joo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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