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골린이는 어디로?…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한전진 2022. 11. 1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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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본격화에 골프 열기 시들
중고 골프채·골프웨어 매물 증가세
까스텔바작 등 중저가 실적도 '악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치솟았던 골프의 인기가 식고 있다. 엔데믹 본격화로 골프에 몰렸던 수요가 해외여행 등으로 분산되면서다. 골프 열풍을 이끌던 MZ세대의 관심사가 테니스와 볼링, 낚시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결정적이었다. 고물가 상황도 치명타였다. 실제로 골프 성수기인 가을 시즌이지만 주요 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은 예상보다 밑돌고 있다. 중고 골프용품 매물도 증가세다.

관심 줄어든 '골프'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골프 관련 제품 매출 신장률은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9~10월 골프웨어 매출 증가율은 63.7%였으나 올해 45.2%로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35%에서 20%로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요 백화점의 골프웨어 매출 신장률은 64%에 육박했다. 여기에 비춰보면 상승폭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의 업계의 시각이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중고 골프용품 매물도 늘었다. 골프채나 골프웨어를 처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중고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골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남성 골프의류와 여성 골프의류의 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76% 뛰었다. 지난 상반기 골프채 매출 거래액도 171% 증가했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골프 회원권의 가격도 하락세다. 회원권 매매 사이트인 '에이스 골프'에 따르면, 이달 '회원권 지수'는 1217로 지난 6월(1344) 대비 9%가량 하락했다. 회원권 지수는 2005년 1월 1일의 회원권 시세를 기준(1000)으로 호가를 지수화한 수치다.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고 성수기에 회원권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인기 왜 식었나

꺾인 골프의 인기를 두고 업계는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가 꼽힌다. 고물가·고금리 기조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골프는 대표적인 고비용 스포츠다. 한 번 라운딩에 나설때마다 30만~4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캐디피, 카트비 등 부대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골프장의 주 이용객인 직장인들은 최근 씀씀이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골프 열풍을 주도했던 MZ세대의 관심이 식었다는 분석이다. 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한 스포츠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진행하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MZ세대 사이에서 골프장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골프에서 테니스나 낚시로 대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실제로 특정 스포츠가 '반짝' 인기를 얻고 시들해진 경우는 과거에도 흔했다. 요가나 러닝 등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스크린골프의 부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곳에선 골프채와 옷 등을 대여할 수 있다. 먼 골프장 대신 도심에서 쉽게 즐길 수 있다. 값비싼 필드 대신 스크린골프장을 찾고 있는 이들이 늘면서 장비와 옷 등 '전문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100대 업종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실내스크린 골프점 사업자 수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옥석 가리기' 온다

골프 브랜드들의 옥석 가리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골프웨어 시장이 대표적이다. 패션업계는 그동안 골프의 인기에 편승해 관련 브랜드를 대거 론칭해 왔다. 현재 국내의 골프웨어 브랜드는 150여 개다. 이 가운데 40%인 60개가 지난해 출시됐다. 캐주얼 라인부터 럭셔리 라인까지 다양했다. 이 때문에 ‘거품’ 우려도 나왔다. 앞으로 입지가 모호한 브랜드는 살아남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기업들은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중저가 골프웨어 브랜드의 피해가 크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루이까스텔을 운영하는 브이엘엔코도 지난해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폭이 3배 이상 커졌다. JDX를 운영하는 신한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익 47억원을 기록해 2020년(44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거품이 빠진 아웃도어 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물론 아직 프리미엄 수요는 건재하다. PXG, 지포어 같은 최상위 브랜드의 기세는 여전히 무섭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골프는 지난 10월까지 올해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LF도 여전히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고성장을 지속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있다. 골프 대신 테니스와 볼링 등 새로운 스포츠가 각광받는 분위기다. 해외여행이 다시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골프에 집중된 프리미엄 수요가 앞으로 더욱 분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치솟던 골프의 인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프 인증샷 유행도 지난 데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탈이 늘고 있다"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파워가 높은 곳들만 수요가 나타나는 추세다. 난립했던 브랜드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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