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결국 폐업하는 중개사들

오세성 2022. 11. 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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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10년 만의 최저 수준
거래절벽 2년에 전세 기피까지…
"적자 버티기 어려워. 내년 폐업 고민"
임대 안내문이 붙은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정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다. 거래가 줄면서 일선 중개업소들은 매수자를 구경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1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11월 둘째 주(7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0.7에 그쳤는데, 2013년 2월 넷째 주(70.1) 이후 9년 8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거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강서구 화곡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월 이후로 성사한 매매가 없다"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구경한 것도 두어 달 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전·월세 거래로 버티고 있지만, 그나마도 고객들이 전세를 외면해서 몇 달째 적자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 단지의 전용 59㎡ 전세는 보증금 2억9000만원에, 같은 면적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월세 95만원으로 나와 있다. 수요자가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 최대 87만원의 중개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월세를 선택하면 20만원에 그친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대형 중개사무소는 최근 넉 달 동안 5건의 매매를 중개했다. 한달에 1건 이상 중개에 성사한 셈이지만, 중개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중개보수를 대폭 낮췄다"며 "강남 임대료에 중개사들 임금까지 감안하면 적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이어진 거래절벽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주변 개업중개사 가운데 여력이 부족해 휴·폐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와 전·월세 안내문이 대거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인중개사협회는 8월과 9월 전국에서 각각 994, 974개 중개사무소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기간 휴업한 곳까지 더하면 두 달 동안 불이 꺼진 중개사무소는 2124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업은 1824건에 그치며 중개사무소 약 300곳이 순감했다.

마포구 신수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봄 이사철이면 거래가 늘어날까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때도 거래가 늘지 않으면 사무실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2건에 그치며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467개 법정동에서 한 달 동안 1건 내외만 거래됐다는 의미다.

이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2018년 7215건 △2019년 7030건 △2020년 3757건 △2021년 2691건 등 지속 감소세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9월 거래량은 8.4%에 그친다. 10월 거래량은 13일 기준 439건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아직 신고 기간이 남아있지만, 업계에서는 9월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물 적체도 심화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지난 13일 서울의 매매 물건이 5만6540건을 기록, 1년 전 4만4577건보다 21.2% 늘었다고 집계했다. 다만 중개업계에서는 거래절벽을 피해 매매를 전세로 돌린 집주인이 늘어난 만큼 전세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3만55건에서 5만916건으로 40.1% 급증했다. 매매와 전세를 합친 매물은 7만4632건에서 10만7456건으로 1년 만에 30.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만 180만 가구가 넘는다"며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적어도 월 5000건의 거래량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이후로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을 넘은 적이 없다. 2년 가까이 거래절벽을 겪는 개업중개사들은 사실상 한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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