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트럼프가 보인다

차형석 편집국장 2022. 11.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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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부터 언론 홍보에 집착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약점을 잡혔다는 보도가 나왔고, '당신 회사(CNN)는 완전 가짜야!'라며 CNN 기자의 질문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중앙 풀(공동취재) 기자단이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고, 6개 언론단체가 비판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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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짐 아코스타 CNN 기자와 충돌했다.ⓒEPA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부터 언론 홍보에 집착했다.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보도거리를 쏟아냈다. 생일파티 때 대형 우주선을 띄우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았다. 가령 자신이 만든 트럼프 타워의 펜트하우스를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에게 팔겠다며 마치 계약이 이루어진 것처럼 홍보했다. 믿거나 말거나 자신만 뜨면 된다는 식이다. 그는 타블로이드 신문 1면의 ‘단골’이었다.

그러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서는 ‘가짜뉴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에 대한 비판 언론은 ‘가짜뉴스’로 몰았다. 법정으로까지 치달은 ‘CNN 백악관 출입기자 출입금지 사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짐 아코스타 CNN 기자와 충돌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약점을 잡혔다는 보도가 나왔고, ‘당신 회사(CNN)는 완전 가짜야!’라며 CNN 기자의 질문을 거부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짐 아코스타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2018년 11월에 백악관은 짐 아코스타 CNN 기자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CNN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백악관의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발했다. 출입금지 사건 이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NBC,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이 CNN을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했던 폭스뉴스도 CNN 편에 섰다. CNN이 소송을 걸었고, 워싱턴 DC 법원은 ‘백악관의 결정이 정당한 절차를 밟을 기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짐 아코스타의 손을 들어주었다(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짐 아코스타 기자의 출입증이 ‘복구’되었다.

몇 년 전, 해외 토픽에서나 보았을 법한 이 사건이 요사이 다시 소환되었다. 11월9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G20 정상회의 순방을 앞두고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중앙 풀(공동취재) 기자단이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했고, 6개 언론단체가 비판 성명을 냈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자유’가 35회 등장했다. 그런 정부에서 ‘MBC 취재진 탑승 불허’ 같은 일이 벌어졌다. 11월8일 이태원 참사를 다룬 대통령실 국감에서 두 언론인 출신 참모(김은혜 홍보수석·강승규 시민사회수석)가 나누었다는 필담 문구가 떠오른다. 정확히 뭐였더라. “웃기고 있네”다.

차형석 편집국장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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