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민생특위 난파..서민들의 SOS[광화문]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그들만의 방식으로 민생우선을 요란스레 외치며 구성했던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가 조용히 문을 닫은지 2주가 다 돼간다. 지난 7월 26일 여야 합의로 출범해 10월31일까지 100일간 활동했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유류세 인하폭 확대,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등 깎아주고 돌려주는 내용의 법안 2건만 처리했을 뿐이다. 지난 8월 직장인 식대 관련 법안 처리 후 민생특위 전체회의는 세차례 밖에 열리지 않을 정도로 여야의 관심도 미미했다.
하지만 여야가 비상기구 성격인 특별위원회와 대책위원회에 대한 짝사랑을 접어놓은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경제안정특별위원회(위원장 류성걸 의원)를 출범시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1호 지시로 구성됐던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의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각종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가 가동되지만 그건 정쟁의 장일 뿐이다.
먼저 국민의힘 경제안정특위. 특위는 우선 금리인상과 미분양 문제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선제적 규제 완화 조치를 요구했고 채권시장이 안정화되도록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채권 매수에 나서달라는 주문도 했다. 은행권이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인상 자제 및 과당 경쟁 자제의 필요성도 거듭 요청했다.
특위 차원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발행 확대 입법화에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한전법상 자본금과 이익규모에 달려있는 적립금을 더한 금액(최대 2배)이지만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내면 발행한도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한전 재정을 감안해 대폭 늘린다는 구상이다.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이미 3분기 누적 적자가 21조원(3분기만 영업손실 7조 50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연말까지 30조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한전은 일단 비핵심자산 매각, 은행 차입 확대 등으로 급한 불은 꺼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한전채 확대발행에 나설 수밖에 없어 우량채권인 한전채로 자금이 쏠려 일반 회사채는 외면당하는 시장 왜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가상승을 동반하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러온 것에 대한 댓가라 할만 하다.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대책위 차원에서는 복합경제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 정부가 '건전 재정'만 강조하며 위기 대응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태년 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경제는 민주당' 세미나에서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금융권 신용경색으로 대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중소기업 사정은 더 나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정부 대응 부실을 성토했다.
민생특위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납품단가연동제, 대중교통비 할인법, 화물차 안전운임제 등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차원에서 주도권을 잡고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요약하면 여야가 협력했던 민생특위도 별 성과가 없고 각각 띄운 특별위와 대책위도 정부 대책을 답습하거나 상대당 공격에만 신경쓰는 것이다.
속빈 강정 같았던 정치권의 민생대책으로 정작 서민들의 삶에는 주름살이 더해진다. 대출금리가 7%에 달할 정도로 급등해 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12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금융감독원)이 나왔고 전기요금과 난방비 상승으로 난방·온수비와 연관되는 열요금이 올해만 40% 가까이 급등(지역난방공사)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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