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세븐 사인
미국의 10월 물가 상승률이 7.7%라는 발표가 지난주 나왔다. 금융시장에서 ‘세븐 사인’이라고 부르며 환호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뉴욕 증시가 연이틀 상승하고 11일 우리나라 주가도 급등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루 만에 60원 가까이 뚝 떨어졌다.
▶‘세븐 사인’(The Seventh Sign)은 데미 무어 주연의 1988년작 영화 제목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성경의 요한계시록을 토대로, 인류가 멸망하는 심판의 날이 다가오면서 7가지 불길한 전조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황을 그렸다. 만삭의 임산부로 등장한 데미 무어가 영혼 없는 아기가 태어난다는 일곱번째 예언의 실현을 막으려고 아기를 살리고 대신 죽는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 6월에는 9.1%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팬데믹에 풀린 돈 때문에 세계 각국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작정하고 ‘제2의 폴 볼커’가 되겠다고 했다.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풀린 돈을 거둬들여 물가를 최우선으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올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6월부터는 네 차례 연속으로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감행했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급등했다. 1979년 폴 볼커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당시 물가상승률은 11%가 넘었다. 취임 두 달 만에 볼커는 토요일 저녁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4%포인트 올렸다.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할 정도로 과격한 금리 인상이었다. 2m 넘는 키에 무뚝뚝한 표정의 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는 11.5%이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21.5%까지 올리며 돈줄을 조이고 또 조였다. 원성이 쏟아졌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15%까지 치솟은 물가 상승률이 1982년 3%대, 1983년에는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고서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다.
▶몇 년 전 같으면 물가 상승률 7%대는 인플레 경고등이 들어올 수치다. 그런데도 ‘세븐 사인’에 증시가 환호하는 건 8%대를 정점으로 인플레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연준이 금리를 전보다는 살살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7%대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금리를 지금보다 높여서 물가를 7%대보다 낮추는 통화 정책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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