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국익? 대통령의 이익

기자 2022. 11.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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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MBC 기자 탑승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통령의 ‘바이든’ 언급 관련 보도, <PD수첩>의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방송 등에서 왜곡 또는 조작 보도를 하고 정정이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 발언 보도와 관련하여 대통령실은 보도 이후 즉각 대통령 발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바이든’이 아니라는 전문가 견해를 확인했다지만 음성 분석 업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발언의 진실은 아직 논란 중이다. <PD수첩>이 대역을 사용했음을 명기하지 않았고 이에 사과했다. 하지만 논문표절 문제 제기는 여전히 남는다. 이러니 대통령실로서는 MBC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그렇다고 MBC 배제가 적절한 조치였을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공동대응의 형태로 유감을 표시하고, 탑승 배제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각 현업언론단체, 시민언론운동 단체 등은 물론 신문협회도 배제 조치를 비판하고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MBC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법제가 보장하는 일정한 절차 즉 정정·반론보도 요구 등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데, MBC를 다른 언론과 차별하여 전용기 내의 취재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언론을 탄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MBC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언론계 대부분이 대통령실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으니 득은 없고 실만이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의 전술적 실수다. 하지만 이는 전술적 실수가 아니라 전략적 실패일 수 있다.

대통령실이 대통령 관련 부정적 보도를 하면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니 ‘자유’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던 대통령의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했다. 대통령의 자유 개념 속에는 언론의 자유는 애초 없었던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의 ‘자유’가 선택적 자유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 그 사례를 하나 더했을 뿐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에 관해 부정적 보도를 한 언론의 배제란 뒤집어 보면 긍정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포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순방은 당연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처럼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지 않고 탑승한 언론이 대통령을 우호적으로 보도하면, 시민들이 그것을 액면 그대로 읽을까? 대통령과 가까운 언론의 우호적인 보도라 생각하지 않을까? 대통령실은 언론의 진실 보도조차도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실 기자단이 전용기 탑승 거부를 결의하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다. 언론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여하튼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전략적 실패다.

전략적 실패는 개념의 혼란에서 비롯했다. 국가의 이익과 대통령의 이익은 동일한가? 마찬가지로 국가의 홍보와 대통령의 홍보는 일치하는가? 대통령의 활동 일반은 국가를 대표해서 이루어지는 일이니 대부분 국익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모든 행동을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국익을 수호하는 일일까? 대통령의 정책 실패, 대통령의 실수 등은 외려 국익에 반한다. 대통령의 실패, 실수 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비판 감시 견제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다. 대통령 비판을 국익의 훼손이라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인식의 오류다. 즉 대통령 순방 동행 취재와 대통령 홍보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다.

대통령 순방 동행 취재는 대통령이 아닌 국가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더군다나 언론은 어느 순간 국익과 진실이 충돌하면, 진실을 선택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존재다. 그런 언론에 국가도 아니고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게 적절했을까?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처럼 대통령실도 대통령이 아닌 국가를 위해 일하는 국가 기구여야 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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